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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새고 빼돌리고 받아 먹고 … 걱정되는 군 기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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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리 군대가 걱정스럽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흐트러진 군 기강이 위험 수위다. 온갖 종류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먼저 군이 관리하던 국가기관 접속용 인터넷 인증서가 유출돼 국가 정보문서가 외부로 빠져나갔다. 군이 내부 국방정보통신망과 인터넷을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번 사건은 인터넷과 군 내부 사용자 PC를 통해 국가기밀이 유출되는 허술한 구멍을 노출시켰다. 특히 기밀정보를 취급하는 내부사용자가 중요 시스템 접속 인증서를 PC의 하드드라이브에 보관했다는 사실은 해킹 등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 할 군의 보안 의식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공군 예비역 장성이 2급 군사기밀인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외국 군수업체에 빼돌린 일도 있었다. 기밀문서를 열람할 수 없는 위치였는데도 전직 장군이라는 신분만으로 제지를 받지 않았다니 이렇게 나사가 풀릴 수 있는가.

한국이 자랑하는 K-9 자주포의 부품 원가가 과다 산정된 사실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 중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방산업체와 무기중개상, 군 내부자가 개입된 군납비리도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심지어 군 역사상 처음으로 현역 해군 소령이 군복 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해 계룡대 근무지원단 사무 비리와 관련해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총체적으로 나사가 풀려 있지 않다면 이처럼 문제점이 종합선물세트처럼 구성될 순 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철저한 군 기강 확립까지 주문했을까. 이 대통령의 말처럼 “군은 국가기강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존재”다. 사병들의 기강 확립에 앞서 군 고위 간부들의 정신무장부터 다시 한번 추슬러 추호도 흔들림 없는 군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