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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초보엄마 무료 육아상담 '따르릉 센터'운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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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아기 키우는 엄마들을 도울 수 있어 흐뭇합니다. " 대학 교수들이 무료 전화상담을 해주는 상담가로 변신했다.

대한아동간호학회 소속 간호학과 교수 10명이 그 주인공. 지난 9월 서울강남구삼성동에 '따르릉 아기상담센터' (080-021-9633)를 개설하고 2주에 한번씩 돌아가며 상담해주고 있다.

교수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4시까지는 직접 전화상담을, 오후4시 이후엔 전문 상담원 2명이 상담하면서 부닥친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다.

"그동안 쌓아온 임상경험을 엄마들에게 나눠줄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 대한아동간호학회 송지호(국립의료원 간호대 교수)회장은 "교수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무료 상담센터를 열자고 제안했는데 회원인 동료 교수들이 흔쾌히 참여해줬다" 며 고마워했다.

이런 교수들의 결심을 전해들은 P&G는 흔쾌히 상담센터 장소와 2명의 전문 상담원 월급.수신자부담 서비스의 전화료 부담을 맡고 나섰다.

"끊임없이 문의 전화가 걸려와 한달 전화료만도 천만원이 넘는다" 는 송회장은 "재정 걱정없이 우리는 지식과 노력만 제공하는 셈이니 힘들게 전혀 없다" 며 밝은 표정.

지금까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상담은 분유회사에서 운영하던 이유식이나 영양과 관련된 상담소가 전부였다. 따르릉 아기상담센터는 영양은 물론 수면.모녀간의 상호작용.언어발달.감기나 건강상 이상징후 등 아기를 키우면서 부닥치는 전반적인 문제를 전문가가 무료로 상담해 주는 최초 기관인 셈이다.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하대의대 간호학과 안영미 교수는 " '아기가 까치발로 걷는다' , '녹변을 본다' 등등 호소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며 "요즘 엄마들은 미디어를 통해 얻은 단편적인 지식을 진실의 전부 인양 믿는 것이 문제인 듯 하다" 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뇌막염이 아닌가 걱정을 하고 안 먹으면 큰 병이 생긴 것이 아닌가 불안해 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

이런 엄마들에게 전문지식을 가지고 친절히 안내해주고 때론 설득과 위안까지 제공해 '고맙다' 는 말을 들을 때면 아무리 피곤해도 힘이 솟는다는 게 참여 교수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특히 교통사정이 좋지 않고 마땅한 의료기관이 없는 벽지 지역 엄마들에게 보탬이 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경희대의대 간호학과 조결자 교수는 "줄잡아 하루에 받는 상담전화가 1백통은 된다" 며 "더 많이 받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친절하고 깊이 있는 상담을 못하게 된다" 며 안타까워 했다.

상담센터 측은 이달부터 상담요원도 1명을 더 늘이고 전화선도 더 증설할 계획.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상담원들의 자질이란 생각에 간호분야 전공자 중 임상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교수들이 직접 면접해 고르고 있다.

한양대의대 간호학과 탁영란 교수는 "증세가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느껴지면 소아과의 어느 어느 분야 전문가를 찾아가 보라고 권한다" 며 "특히 아기의 발달이 늦은 경우는 대한아동간호학회 소속 교수들이 무료로 해주는 발달지표 검사를 받도록 연결해 주기도 한다" 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미국 하버드대의 브라질튼 육아상담.연구소와 국제협력도 할 계획이며 인터넷을 통한 상담도 추진 중. 따르릉 아기상담센터는 월~금 오전 9시~오후9시까지 운영되며 토요일도 오전9시~오후6시까지 상담을 받는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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