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 조한욱 옮김 '프랑스…가족 로망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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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2년 출간 당시 '아주 흥미롭고 독창적이며 도발적인 저서' 로 평가됐던 미국의 여류 역사학자 린 헌트(펜실베니아대)교수의 '프랑스혁명의 가족 로망스' (조한욱 옮김.새물결.1만5천원)가 번역돼 나왔다.

'가족 로망스' 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부모에 억압돼 있던 상황에서 자유로워지는 대신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 다시 예속되려는 환상' 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정치적 집단무의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흔히 이 혁명의 슬로건으로 자유.평등.박애가 기억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박애가 아니라 형제애였다는 게 저자의 분석.

'남자들이 새판을 짜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 프랑스혁명이란 얘기다.

'좋은 아버지의 성장과 몰락' '형제들의 무리' '나쁜 어머니' '가족의 복원' 같은 소목차는 '가족 로망스' 의 각론이다.

소설.희곡.판화.회화에서부터 신문기사.포르노그래피에 이르기까지 정통역사서에서는 기피하는 소재를 채택하고 있는 점에서 아날적이기도 하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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