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슈퍼맨으로 진화한 인간, 망가진 지구를 책임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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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한경희 옮김
검둥소, 588쪽, 2만5000원

전투적 환경주의자로 분류될 저자 두 명이 쓴 강도 높은 현대문명 비판서이다. 지구 생태계의 위기와 세계화·유전자 조작 문제 등이 지구 차원의 총체적 위기를 낳고 있다는 지적은 일단 다른 생태주의자들과 같다. 이 위기의 뿌리에는 무한 진보에 대한 욕심으로 뭉쳐진 현대사회의 맹목적 메카니즘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시각이다. 때문에 현대사회의 운용 문법 전체를 전면 수정하지 않고서는 환경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저자 중의 한 명인 데이비드 스즈키는 유전학자 출신. 1962년 레이첼 카슨의 명저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삶의 방향을 바꿨다. 전공인 유전학에 회의를 느낀 뒤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계몽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책은 특히 과학기술 중에서도 생명공학에 대한 과도한 믿음에서 오는 악영향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무력한 게 아니라 게으를 뿐이다”는 경종과 함께 지구생태계를 좌우하는 수퍼 생물종(superspecies)인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촉구한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초 세계 인구는 10억을 약간 넘겼다. 이 기간에 엄청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 속에 인구·기술·소비 수요, 다국적기업·세계화 경제가 성장했다. 그런대로 견딜만했던 지구의 숲·수계·토양이 100년 사이에 망가졌고, 지금 인간은 공기를 오염시키고, 산을 깎고, 대기 성분을 바꾸는 일을 삽시간에 해치운다.

지구가 만들어진 40억 년 동안 이 정도로 지구의 다른 생물 종에 영향을 미친 종은 없었다. 이 책은 이런 총론적인 문제제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던져 변화를 일궈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결국은 슈퍼맨으로 진화해 온 인류가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의 과제라는 지적으로 연결된다. 그런 입장이 조금 지나쳐서 세계화를 둘러싼 신자유주의와 거대미디어들의 동향을 ‘전지구적 음모’으로 단순화하는 폐단을 종종 노출한다. 하지만 저자들의 진지함은 공감 못할 게 없으며, 일상의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요령을 가르쳐주는 대목은 눈여겨 볼만하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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