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전문가제언] '핏줄만이 가족'개념 버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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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은 재혼가정이 정착하기 위해선 법.제도의 보완, 초혼가족과는 다른 재혼가족 모델 도입, 사회적 인식의 전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법.제도 개선〓자녀의 성(姓)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이 같다는 것은 가족의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중요하다. 성이 다를 경우 사회생활에서 가족관계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자녀들은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상처를 받을 수 있다(한국여성개발원 장영아 책임연구원). 또 호적법을 개정해 엄마에게도 자녀 입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여성에게 입적이 안되는 현행법 때문에 재혼시 자녀들은 친아버지 호적에 남아있거나 새아버지에게 입양될 수밖에 없다.

만일 재혼한 부모가 이혼하면 자녀는 이제는 양부의 호적에 남아있게 돼 친권에서 양부가 우선권을 갖는 등 불합리가 발생한다(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박사).

▶재혼가족 모델 도입〓핏줄만이 가족이라는 개념부터 버려야 한다. 비슷한 상처가 있거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끼리 돕고 사는 공동체로 재혼가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효성가톨릭대 손덕수 교수). 계부모 의붓형제들이 서로 남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재혼으로 형성된 계부모.의붓형제를 스텝마더.스텝파더.스텝시스터 등의 호칭으로 부르는 것처럼 국내에도 이러한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호칭을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임춘희 박사). 또 재혼가족에서 경제문제를 남자가장이 장악할 경우 가족의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사후 가족파탄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재혼가족은 일찍부터 자녀교육비.노후계획 등 경제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서강대 조옥라 교수).

▶사회적 인식전환〓기존 혈연가족에 맞도록 제작된 관공서.학교 등에서 가족관계를 기술하는 서식부터 재혼가족 혹은 편부모가족 등을 고려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여성민우회 양해경 소장).

또 최근 우리 사회는 이혼 등으로 가족해체가 급격히 일어나면서 동시에 재혼.편부모 가족 등으로 가족 재구성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 국가가 기존 혈연가족중심의 정책만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족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시대의 조류에 맞춰 가족법 개정과 아동보호대책 등 가족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야 한다(변화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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