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차입·방만한 경영…지방공기업 빚더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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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일대 9만7천평 규모의 '화산택지지구' . 전북개발공사는 이 지역을 아파트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97년부터 무려 9백89억원을 투입, 올초 택지조성을 마쳤다. 하지만 건설업자들의 외면으로 분양률이 30%에 그치면서 수백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전주시 건설업 관계자는 "주변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멀지 않은 곳에 70만평 규모의 신(新)도시 건설이 계획중이어서 인기가 없다" 며 "개발공사측이 당초 좀더 신중하게 사업 타당성을 따져봤어야 했다" 고 지적했다.

경기지방공사는 최근 불필요하게 많은 직원을 두고 운영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공사는 전신(前身)인 경기개발공사가 96년 12월 법인을 해산한 뒤 지난해 1월 영업을 재개하면서 2~3명만의 직원을 두도록 한 지침을 무시하고 7~8명을 채용, 6개월 동안 4천만원을 인건비로 변칙 지출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아 이들이 진 빚이 전국적으로 5조7천억원(단순 투자기관 제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거듭된 구조조정 방침에도 지방공기업의 빚은 오히려 늘어나 주민들의 '혈세' 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자치부와 전국 16개 시.도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의 부채는 올 6월말 현재 5조7천9백37억원으로, 지자체 총부채 16조8천3백60억원의 34.4%에 이른다는 것이다.

시.도별로 보면 경기도가 1조2천4백12억원으로 가장 많고 ▶인천 9천5백98억원▶경남 5천89억원▶부산 4천9백66억원▶대구 4천9백6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울산 8백49억원▶제주 9백49억원▶서울 1천45억원▶충북 1천4백32억원 등은 비교적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적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개혁이 민간부문에 비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부터 지방공기업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비슷한 기능을 가진 지방공사.공단 등을 통폐합, 지방공기업의 수와 인력을 과감하게 줄이는 한편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연공서열에 따른 급여체계를 폐지하고 능력과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했었다.

하지만 지방공기업의 전체 부채는 지난해말 5조7천1백48억원에서 6월말 현재 5조7천9백37억원으로 6개월 사이 오히려 7백89억원이나 늘어났다.

지방공기업의 수도 97년 2백50개에서 올 6월말 현재 2백52개로 큰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97년 1천8백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지방공기업의 경영수지가 지난해엔 당기순손실 3천2백1억원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며 "무리한 차입경영이나 중복.과잉 투자, 방만한 인력 운영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부실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고 분석했다.

이규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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