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81~85] 그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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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80년대초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의 '천문학적' 규모의 외채는 '구제불능의 부실구조' 로 보였다.

근년의 세계적 금융공황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당시로서는 중남미 11개국의 3천억 달러가 넘는 외채만 해도 세계시장 자체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기에 족했다.

제3세계의 '총체적 부실' 사태는 경쟁적으로 자본집약적 경제개발에 나선 개발도상국들이 70년대 유가(油價)파동에 따른 불경기의 충격을 집중적으로 얻어맞아 일어났다. 이 때문에 후진국의 영속적 예속성을 설명하는 '종속이론' 이 경제학계에 유행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 호황을 맞은 미국경제의 지원으로 중남미의 외채공황사태는 일단 수습됐다. 미국의 브래디 재무장관이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불보증을 조건으로 채권의 부분적 탕감을 주선한 1989년의 '브래디 플랜' 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수습은 사태의 본질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었고, 국가재정의 확충을 위한 민영화 과정에서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많은 개발도상국 경제의 대외적 예속성이 더 늘어나는 문제를 남겼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한 관세장벽의 약화도 '경제주권' 의 퇴화에 한몫 했다. 90년대에 '세계화' 란 이름의 세계적 교역확대는 이 변화를 발판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확대된 세계시장 속에서 경제후진국의 구조 부실 문제는 80년대보다도 더 증폭돼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적 경제구조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김기협 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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