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심장병 ·뇌졸중 예방-네덜란드 연구팀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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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헌혈은 과다한 철분 섭취로 일어날 수 있는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는 혈액 안에 철분함량 조절기능을 방해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10명 중 1명 꼴이나 되며 이들은 철분 과다로 혈색증(血色症)을 일으킬 가능성이 2배나 높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종전까지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한 혈색증은 2백50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는 종전에는 한 쌍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어야 혈액 내 철분함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생각됐으나 연구결과 한 쌍이 아닌 한 개의 유전자 이상 만으로도 철분조절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대 마르크 뢰스트 박사팀은 의학저널 '써큘레이션'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년여성1만2천2백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 한 개의 돌연변이 유전자만 갖고 있어도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2배로 증가하며 흡연자나 고혈압 환자는 그 위험이 19배나 높아진다고 밝혔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한 개 이상 지닐 확률은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이다. 뢰스트 박사팀은 "연구결과 폐경기 이전의 여성은 매달 반복되는 월경을 통해 철분을 배출하기 때문에 심장병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으로 보인다" 며 헌혈로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핀란드 쿠오피오 대학 주카 살로넨 박사팀도 남성 1천1백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같은 결론을 얻었다.

한 개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장병 위험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한 혈액 중 철분 과다는 간혹 피부가 주황색을 띄는 경우 이외에 평소 증상이 전혀 없어 미리 알아내기가 어렵다.

두 연구결과에 대해 미 플로리다의대 제롬 설리번 박사는 "헌혈로 혈액 속 철분함량을 줄이면 심장병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 라고 평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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