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수많은 육면체에 갇혀 생존투쟁…'큐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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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최근 미국에서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타고 급격히 소문이 퍼져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를 일컫는 '웹블록버스터' 란 말이 유행이다. 새영화 '큐브' (Cube)는 바로 그런 영화다.

단돈 5만달러를 들여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블레어 윗치' 와 함께 이 부류의 대표작이다.

이런 영화들의 특징은 대개 저예산에다 컬트적 감각으로 어필한다는 점. 기발한 소재에다 독특한 연출 솜씨로 극렬팬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듯 '큐브' 는 퍼즐게임을 푸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신개념의 호러물이다.

무려 1만7천5백76개의 정육면 입방체(큐브)에 갇힌 사람들이 그 미로를 헤쳐나가며 생존투쟁을 벌이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엮고 있다.

신비로운 문양과 빛으로 채색된 큐브가 불러 일으키는 야릇한 공포감, 그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바로 이점이 '큐브' 를 단순 공포영화의 차원에서 끌어올려 '영리한' 작품으로 거듭나게 한 기폭제다.

미로를 뚫고 나가는 데는 '소수' '역수' 등 복잡한 수학이 응용되지만, 이것은 이야기를 엮는 구조물일 뿐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영화의 희망이라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 23일 개봉.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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