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날마다 미끄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채권 금리가 바닥을 모른 채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리는 이제껏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땅을 향해 계속 내달리는 형국이다. 국고채 금리는 급기야 3.5%대까지 내려갔다. 8월 초까지만 해도 4.0~4.1%를 오르내리던 금리였다.

지난 27일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연 3.59%까지 하락했다. 이로써 콜금리와 격차가 9bp(0.09%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처럼 장단기 금리차가 거의 없어진 것은 앞으로 콜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장 참여자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문병식 연구원은 "시장은 콜금리 추가 인하를 이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며 "관심은 인하 시점이 9월이냐 아니면 10월이냐로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 연구원은 "시장 금리가 급락했지만 아직 과열은 아니다"며 "9월 중 콜금리 인하 여부와 관계없이 채권을 계속 사들여야 할 시점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7월 산업활동 지표에서 드러났듯이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연말로 갈수록 수출 역시 둔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금리와 콜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금리 역전 현상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경기 여건에 따라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1970년대 이후 국채 10년물과 연방기금 금리 간에 일곱차례 역전 현상이 있었다.

대한투자증권 이애실 연구원도 채권시장이 9월에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9월보다는 10월에 콜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 채권금리가 반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위원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지표금리와 콜금리의 역전은 시간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 운용본부장은 "채권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당국의 조심스러운 반응과 달리 시장이 콜금리 추가 인하를 예단하면서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콜금리 추가 인하는 시장의 기대처럼 쉽지 않은 측면이 많다. 아직은 내수 부진으로 물가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고유가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소리도 여전하다. 게다가 국내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도 고민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당국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했을 때만 해도 재정경제부는 '뒤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금리 하락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채권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단기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40조880억원, 장기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25조3150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서만 단기 채권형에는 2조3090억원, 장기 채권형 펀드에는 9390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순수 주식형 펀드는 1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