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숨은 화제작]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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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영화는 소설보다는 음악에 가까운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한다. 영화는 감정과 분위기의 전개과정이어야 한다. 주제나 의미는 그 다음 얘기다. " 지난 3월 타계한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그가 만든 작품의 주제의식이 불명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최근 재출시된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콜럼비아.18세 이용가)의 경우는 어떤가.

피터 조지의 소설 '적색경보' 를 원작으로 64년 만들어진 이 영화는 냉전과 미.소 핵경쟁으로 인한 3차세계대전의 공포, 매카시즘, 권력의 경직성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당시 모든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던 이들 문제를 다루기 위해 큐브릭이 선택한 길은 '풍자' 라는 우회로였다.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인의 체액을 더럽힐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미국 공군사령관 잭 리퍼나 늘 술에 취해 있는 소련 수상 등의 등장 인물은 모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전 인류의 생존 여부가 이들 비이성적인 몇몇 개인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

큐브릭의 풍자정신을 살려준 일등공신은 미치광이 과학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를 비롯, 미국 대통령, 영국 사령관 등 1인3역을 소화한 영국 배우 피터 셀러스다.

역할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부여해 영화에 숨을 불어넣은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평범한 블랙 코미디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는 '핑크 팬더'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원제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또는:나는 어떻게 걱정을 그만하고 폭탄을 사랑하게 됐나' . 최근 타계한 조지 C.스코트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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