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지킨 세계의 NGO] 3.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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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95년 8월 30일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는 여성의 인권을 회복하자는 목소리가 전 세계를 향해 울렸다.

제4차 유엔 세계여성회의와 함께 열린 '평등.발전 그리고 평화' 주제의 베이징 세계여성NGO대회가 바로 그것. 유엔이 주최한 네번째 세계여성회의로 그때까지 대부분 정부와 남성이 주도했던 것과 달리 순수 여성운동단체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대회다. 참가자 숫자로만 봐도 1만여명의 정부대표단에 비해 훨씬 많은 3만6천명이 참가했다.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대략 70년대께부터. 여성들은 빈곤과 남성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여성운동은 차츰 권리회복을 위해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스스로를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베이징대회는 여성의 문제를 여성 스스로 이야기한 20세기 최대의 여성 모임으로 기록에 남는다.

이 대회는 여성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낱낱이 짚어보고 바야흐로 '지구촌 여성 21세기' 의 밑그림을 그려내자는 여성의 실천적 결의를 다지는 대회였다.

10일간 지속된 베이징 여성대회는 ▶여성과 빈곤▶불평등한 교육기회▶불평등한 보건의료 등 12가지 핵심의제를 중심으로 세계 여성NGO대표들이 열띤 토론을 거쳐 적지않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여성NGO들은 여성운동이 단순히 남성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불평등을 제거하려는 평등주의 시민운동이자 인권 운동임을 선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간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주로 복지정책을 통한 권익 증대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여성운동은 빈민과 장애인 등 현대사회 소외계층의 운동과 유기적 연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베이징에 모인 여성NGO대표들은 여성의 권력참여와 운동의 조직화를 실천과제로 삼고 '아태지역 여성정치인 네트워크' '개도국 여성환경 네트워크' 등을 구성했다.

이 대회에 한국에서는 96개 여성단체들이 한국 여성NGO위원회를 결성, 당시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씨 등 7백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특히 한국대표단은 북한대표단과 연대해 종군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식배상 촉구 캠페인을 벌여 상당한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베이징대회 사무총장 게트루드 몽겔라 여사는 "드디어 전 세계의 진정한 여성혁명이 시작될 것" 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베이징대회 이후 대부분의 여성운동은 성폭력에서부터 소비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국제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서울대회에는 특히 베이징 여성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했던 중국의 주요 NGO 중 60여개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어서 이번 대회 역시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의 여성NGO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운동역량을 국제적으로 과시하고 국제적 연대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만들 작정이다.

고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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