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별검사 일할 수 있게 해줘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고급 옷 로비 의혹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 사건의 재수사를 맡을 특별검사 2명이 임명돼 곧 활동에 들어간다.

우리는 두 사건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고, 여야간의 큰 정치쟁점이었다는 점에서 탁월한 능력과 강직한 성품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법조인들이 특별검사로 임명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비록 정치권의 이해대립으로 검찰수사와 국회 청문회까지 거치고 뒤늦게 도입된 특검제이기는 하나 그동안 의혹만 부각된 두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벌써부터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해 기대 못지않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특별검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부풀려진 국민적 기대뿐만 아니라 특검제법의 허점 때문에 후보 대상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관련법이 수사기간을 최장 60일로 하고, 특별검사보 1명과 검찰에서 차출한 수사관 12명 외에 현직 파견검사 2명 등 최다 25명의 수사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수사기간과 인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수사 중 진행상황을 밝힐 수 없도록 하고, 참고인의 소환 불응에 대한 처벌이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해 국민의 알권리와 특별검사의 수사권이 제한받고 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록 등 자료제출을 의무화해 놓고도 정작 이를 거부했을 때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두 사건에 대한 의혹 증폭 원인 등 지금까지의 경과로 보아 특검제의 성과는 검찰.경찰 등 관계기관의 협조여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자료제출을 거부했던 이들 기관이 과연 특별검사에게 얼마나 협조적인 태도를 취할지 의문이다.

특검제에 대한 검찰의 부정적 입장과 "검찰과 국회의 진상조사로 상당부분 규명된 만큼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지 않겠느냐" 는 여당의 반응은 그같은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헌정 사상 최초로 도입된 특검제는 반드시 제대로 가동돼야 하며 관계기관은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관련 모든 기관이 특별검사가 원활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는 검찰이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독자수사에 나서면서 특검제에 대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최대한 협조하겠다" 고 국민에게 약속했던 점을 기억하고 있다.

특별검사들도 흔들림없는 소신을 갖고 진상을 밝히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수사에는 국가기관과 지도층의 위법행위.도덕성에 대한 의혹 규명이라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도입된 새로운 제도의 존치여부가 걸려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