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I서한 뭐가 담겼나] 洪사장 퇴진겨냥한 '정치적의도' 의혹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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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오홍근(吳弘根)국정홍보처장의 해명서에 즉각 반박 서한을 보냄으로써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계 언론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구속 사태를 표적수사에 따른 '언론 길들이기' 로 인식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IPI는 특히 '수사 목적상 불가피한 수단' 이 돼야 할 구속이 '형벌 그 자체' 가 되고 있는 아시아적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통상적' 이라고는 볼 수 없는 국세청 세무조사와 구속 수감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洪사장에 대해 여론몰이식 단죄를 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한국 국민은 洪씨 구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언론탄압 의혹에 대해)대다수 국민은 언론인은 위법행위도 용인돼야 하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고 주장하지만 IPI는 이를 일축했다. 오히려 이번 수사에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게 아니냐는 짙은 의구심을 내비쳤다.

IPI는 물론 "법적 수사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등 수사 형평성 등 기본 원칙에 이의를 달지는 않았다.

그러나 ▶탈세조사 자체가 통상 조사와 거리가 있고▶조사결과 발표가 이례적으로 실시됐으며▶혐의를 받고 있을 뿐인데도 이미 '범행' 을 저지른 것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점 등이 그러한 기본원칙을 준수했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열거했다.

IPI는 한발 더 나아가 일련의 과정에 숨은 정치적 의도가 洪사장을 퇴진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번 사건이 "국세청과 검찰이 독자적으로 조사.수사한 것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어떤 정부기관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는 주장에 대해서도 IPI는 "국정홍보처가 첨부한 국세청 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기업에 대한 단순한 일반 세무조사로 보기 어렵다" 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IPI는 끝으로 모든 자료가 압수된 상태인 만큼 洪사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고 아울러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즉각 석방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IPI의 반박 서한은 이번 사태를 현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한 중앙일보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IPI는 전세계 1백여개국 신문.출판.통신, TV.라디오 방송의 편집인들과 중견 언론인들이 회원으로 있는 최고 권위의 국제 언론단체다. 정부는 이제 이 단체의 견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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