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기 왕위전] 유창혁-이창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집'에 민감해진 李왕위, 대세점 놓치고…

제2보 (24~49) =실리에 크게 쪼들린 뒤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실리부터 차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돈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돈을 남달리 여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집을 밝히는 것은 어딘지 옹색하고 구차한 것이며 그 엷음 때문에 자칫 추태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마저 일어난다.

사실 집을 챙기다가 잘못되면 36계 줄행랑을 놓아야 하는데 그 모습은 얼마나 황급하며 진땀나는 것인가.

하지만 실전 심리란 묘한 것이어서 劉9단이 양삼삼을 놓으며 집에 결사적인 자세를 보이자 李왕위도 집에 민감해진 나머지 대세점을 놓치게 됐다.

26에 걸쳐 36까지 된 장면인데 검토실이 만장일치로 '참고도' 흑1을 외치고 있을 때 (그만큼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李왕위는 돌연 37로 파고든 것이다.

劉9단은 '참고도' 흑1을 예상하며 다음 착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A부근에 뛰어 세 (勢) 확장을 견제해야 옳겠지만 흑B로 씌우면 오히려 흑모양을 키워주는 효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연구한 것이 백2의 젖힘. 아예 근본적으로 파괴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劉9단은 이처럼 좌변을 작게 보고있었지만 李왕위는 그곳부터 뛰어들었으니 이걸 두고 동상이몽이라 할 수 있다.

40, 48로 머리를 내밀어 劉9단은 중앙에 대한 공포에서 일단 벗어났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