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빅딜'…업체들 '골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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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7개 중복투자업종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계속 겉돌고 있다.

사업 개시 1년이 되도록 윤곽도 못잡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그나마 통합이 마무리된 업종도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유화 빅딜은 해당업체와 통합추진본부.채권단.일본 미쓰이사(社)가 4인4색을 보이며 최종시한인 9월 말을 다시 넘겨버렸다.

현대와 삼성중공업의 발전설비를 한국중공업에 이관하는 발전설비 빅딜은 지난 8월 계약체결 이후 지급조건과 방법 등을 놓고 계속 시간만 보내고 있다.

항공.반도체.정유 등 나머지 업종들도 외자유치와 출자전환.직원간 내부갈등 등 크고작은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 유화〓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이 통합법인에 일본 미쓰이사가 1조5천억원은 장기저리로 빌려주고 5천억원을 투자해 현대.삼성이 각각 24.5%, 미쓰이가 25%, 채권단 26%의 지분을 갖기로 지난 8월 투자제안서를 마련했으나 지금까지 답보상태다. 결국 당초 '9월말' 로 돼있던 통합시한이 '내년 상반기 중' 으로 연기됐다.

일본은 특히 수출권 양도를 요구하는데, 이 경우 국제시장의 주도권이 일본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국내 업체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며 다른 유화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시간을 끄는 바람에 대상인 삼성과 현대는 골병이 들고 있다.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영업과 연구개발 등에 대한 내부자료를 경쟁사인 미쓰이측에 모두 공개했고, 빅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계획은 물론 독자생존 전략도 세울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이에 업계는 제3의 외자유치선을 모색하거나 국내업계 공동출자 형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정부는 계속 미쓰이를 유일한 대상으로 고집하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발전설비.선박용엔진〓중공업 빅딜은 가장 중요한 이전가격을 놓고 삼성과 한중이 충돌, 협상이 제자리 걸음이다.

삼성중공업측은 "발전설비.선박용엔진 등 관련 보유자산 규모가 3천억원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평가결과는 약 5백억원으로 나왔고, 평가과정에 한중이 개입한 흔적도 적지 않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전경련 이병욱 기업경영팀장은 "양쪽 입장이 워낙 첨예한데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도 적지않아 조정이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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