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장 소환 정치쟁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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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0일 검찰의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 소환조사가 정치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정홍보처에 대한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洪사장 소환을 둘러싼 언론탄압 논란이 계속됐다.

한나라당은 이 사태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현 정권의 언론 장악음모라고 파악, 강력 대처를 외치고 있는 반면, 국민회의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런 속에서 여권 내부에서는 강온 기류가 점차 나눠 드러나고 있다.

◇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오전 검찰의 洪사장 소환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문화관광위 등 관련 상임위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라고 즉각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洪사장 소환이 여권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려 "총선에서 정권의 실정(失政)과 혼선이 보도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언론 위협 시위(示威)" 라는 게 한나라당의 상황판단이다.

때문에 "洪사장 소환은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계 전반, 나아가 내년 총선에 당의 장래를 걸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위험 신호라는 게 李총재의 인식" 이라고 고위 당직자가 전했다.

◇ 국민회의〓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나는 이번 일에 대해서 잘 모른다" 고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의원은 "洪사장 소환에 대한 여권핵심의 의지가 워낙 강해 당 일각의 탄력적인 문제 해결 건의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며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 소수의 강경파가 이 문제를 급박하게 몰고 가고 있다" 고 실토했다.

이 당직자는 "검찰.국세청이 洪사장을 중앙일보와 분리해 사법처리에 나선다 해도 洪사장 건은 기본적으로 언론탄압 시비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며 "총선에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 있는 측면을 많은 의원들이 걱정하고 있다" 고 전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며 공개적 언급을 꺼렸다.

◇ 국정홍보처 국정감사〓한나라당 의원들은 "洪사장 소환을 정권의 언론통제로 연결지어 집중 추궁했다.

박종웅(朴鍾雄)의원은 "중앙일보 사태에 대해선 뉴스위크에서도 정권에 의한 언론 길들이기라는 뉘앙스로 보도한 바 있다" 며 "실제로 언론이 상당히 (권력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론통제가 과거 공보처가 매일 전화 걸어 협조요청을 할 때보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보는데 처장의 견해는 어떤가" 고 물었다. 이에 오홍근(吳弘根)처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 답변했다.

강용식(康容植)의원은 같은 중앙일보 출신인 吳처장에게 "국내홍보의 대상은 국민이지만, 방법은 언론을 통해 할 수밖에 없어 건전언론 육성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그런 차원에서 친정인 중앙일보 탄압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고 물었다.

吳처장은 "개인적으론 유감이지만, 보광그룹 수사와 중앙일보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고 대답했다.

이경재(李敬在)의원은 "정권이 정부부처 구석구석까지 제도적 차원의 조직적인 정권홍보의 틀을 다지고 있다" 며 "국정홍보처가 정권홍보처로 변질됐다" 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공보수석실과 정책기획수석실의 비서관 40명 중 9명이 언론인 출신으로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보다 2배나 많다" 고 지적했다.

김진국.이하경.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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