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아이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55가지 원칙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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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55가지 원칙
원제 The Essential 55, 론 클락 지음, 박철홍 옮김
김영사, 308쪽, 1만1900원

차라리 거짓말과 도둑질을 가르쳐라
최윤희 지음, 행복한 책가게, 232쪽, 9500원

난형난제가 따로 없다. 미국 교육계의 내로라는 1등 교사가 쓴 체험적 교육 에세이와, 행복학 전도사 최윤희씨가 쓴 역설의 자녀교육법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최근 이 분야 책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두 책은 ‘좋은 아이로 키우기’라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하는 길은 다르다. 한국·미국의 교육환경 차이와 두 나라 부모들 사이의 마인드 차이도 잘 드러나 나란히 두고 함께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아이를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55가지 원칙』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저자는 미국 교육계의 큰 상이라는 디즈니상을 받았고, 백악관에 초청받은 경력을 자랑하는 스타 교사. 교사 7년차이던 지난해에 쓴 이 책은 곧바로 대형 베스트셀러로 떴다는데,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왜냐고? ‘어른 말에 공손하게 대답하기’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기’ ‘수업 중에 물 마시러 가지 않기’등 그가 내세운 55개 원칙에 대한 항목별 설명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에티켓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늘어놓는다. 그게 전부다. 기교를 배제한 담백한 서술이 독자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청룡열차 탄 것처럼 변화무쌍했던 7년 교실체험”이 책에 물씬 담겨있기 때문이다. ‘관대하게, 그러나 엄격하게’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교육법은 뛰어난 성과로 나타났다. 빈민가의 아이들이 모범 아이로, 천방지축 꼬마들이 우등생으로 탈바꿈을 했다. 처음 들어가 본 학교 교실은 운동장과 별 차이가 없고,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흥미를 거의 잃은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지도’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론 클락은 아이들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기본규칙(55개 원칙)을 통해 잠재능력을 이끌어냈다는 정공법 교육이 거듭 놀랍다. 한국 교육에 주는 암시는 인정하겠지만, 그대로 대입이 가능할까? 아무리 교육 붕괴라지만 우리는 미국만큼 망가진 건 아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외려 ‘쿨하지 못한 부모’에게 있지 않을까? 그걸 지적하고 나선 『차라리 거짓말과 도둑질을 가르쳐라』는 집착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모들에 대한 정문일침이다.

역설의 훈수를 제목으로 내건 것도 그 때문인데, 본래 ‘고정관념 와장창 깨는’선수가 최윤희씨 아니던가. 그는 이 시대 정말 요구되는 것은 부모 자격증이라고 지적한다. 아이 낳았다고 자동으로 부모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즉 ‘쿨한 부모, 행복한 아이’의 기초를 새로 만들자는 얘기다. 이를테면 다음 대목을 읽어보자. “자나깨나 아이들 행복을 바라면서 막상 행동은 그 반대로 한다. 형사 콜롬보처럼 돋보기를 들이대고 가정을 24시간 감시체제로 만든다. 그렇게 힘들게 부모 노릇 하면 서로 죽을 맛이다.”

이 책은 자나깨나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면서도 막상 행동은 반대로 하기 쉬운 부모들에게 요긴한 맞춤 처방이다. 저자 특유의 표현대로 ‘풀 오토매틱 행복’ ‘유쾌 상쾌 통쾌한 부모자식 관계’에 대한 새로운 문법 제시로 환영할 만하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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