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함 무기고 절반 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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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앞두고 군 전력 확보에 외화내빈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13일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영우(한나라당) 의원은 해군 자료를 토대로 세종대왕함(KDX-Ⅲ)과 충무공이순신함급(KDX-Ⅱ)에 필요한 함대공 미사일이 평균적으로 절반밖에 확보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말부터 실전 배치되는 최신형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에는 128개의 미사일 수직발사대가 있으나 거의 비어 있다는 것이다. 또 KDX-Ⅱ급은 취역한 지 6년이나 됐지만 함대공·함대지 미사일을 절반밖에 못 채웠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잠수함의 핵심 타격 수단인 잠대함·잠대지 미사일도 필요한 양의 50% 정도만 확보한 상태라고 한다. 김 의원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효율적인 대공 방어나 원거리 타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군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예산으로는 세종대왕함에 무기를 다 채우려면 3~4년이 소요된다”며 “수직 발사대의 3분의 1 정도에 장착해야 할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인 SM-6은 아직도 개발 중”이라고 답변했다.

육군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장수(한나라당) 의원은 “전차와 장갑차로 구성돼야 할 102기갑여단에 장갑차가 모자라 군용트럭이 장갑차를 대신하고 있다”며 “무늬만 기갑여단”이라고 지적했다. 육군은 동부지역에 배치된 102보병여단과 중부지역의 8보병사단을 기갑여단과 사단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102여단에만 2005∼2008년에 1610억원을 투입했어야 하는데 예산이 거의 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102여단의 기갑여단 개편에 필요한 54대의 장갑차 가운데 23대만 배치돼 군용트럭이 장갑차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훈련 땐 트럭이 장갑차인 것처럼 기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2005년 당시 2020년을 목표로 국방개혁을 추진할 때는 매년 국방비 증가율을 9% 이상 상정했었다. 그러나 2006년부터 증가율이 6.7%로 줄어들다가 올해엔 7.1%로, 내년엔 3.8%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각종 장비 확보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 됐다. 전략문제연구소 권태영 박사는 “이런 상태라면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대비하는 데 예산을 집중하고, 재래식 무기 확충은 연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작권 전환을 지연시키는 것도 대안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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