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학술회의 기조강연·발제문 주요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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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정학적 동아시아론이 경계해야 할 함정은 과거 서구열강이 그랬든 것과 같은 자기중심적 패권주의다.

지명관 교수는 기조강연문 '전환기의 동아시아' 를 통해 "이제 지정학적 우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문화적인 것을 찾아 세우는 것, 동아시아의 문화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아편전쟁~제2차 세계대전 종결, 1945년~현대에 이르는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지배해온 탈아(脫亞)지향적 상황을 분석한 지교수는 아시아는 더이상 과거와 같은 분열된 역사를 되풀이 하는 대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문화공동체로서 기능해야 함을 역설하고, 그 중심축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평화협력문제임을 지적한다.

패권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최원식 교수도 마찬가지. 최교수는 '한국발(發) 또는 동아시아발(發) 대안?' 이란 발제문을 통해 "보상심리에 근거하여 한국을 일방적으로 특권화하는 류의 동아시아론은 근대 이전의 중국식 중화주의와 근대 이후의 일본식 동양주의의 희극적 모방으로 떨어지기 십상" 이라면서 "한국의 동아시아론은 기존의 중심주의들을 비판하고 새로운 중심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중심주의 자체를 철저히 해체함으로써 중심 바깥에, 아니 '중심' 들 사이에 균형점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 이라고 주장한다.

최교수는 또 "중국중심주의와 일본중심주의가 충돌을 거듭하면서 고통받았던 역사적 기억의 창고인 한반도는 동아시아 지식인들 사이에 지적 소통의 고리로서 역할이 절실하다" 면서 "당면 과제는 냉전시대의 한중일 관계를 탈냉전시대의 한중일 과제로 전환시키는 문제" 라고 강조한다.

최교수의 발제가 한국적 입장에서 동아시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백영서교수와 강상중교수는 이를 각각 중국와 일본이 지닌 아시아 의식에 대한 모색으로 확장시키고, 아리프 딜릭교수는 동아시아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서구의 접근방식을 통사적으로 고찰할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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