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에 설치미술 전시등 밀레니엄 문화이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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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추석 때면 펼쳐지는 '한민족 대이동' 은 거대한 뿌리찾기 이벤트다.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이어령)가 교통체증으로 인한 '고통' 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자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밀레니엄 정보지 '한가위 가는길, 새천년 오는 길' 을 40만부를 귀성객들에게 배부하고 정체구간에서는 설치미술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다.

서울.동서울.안산.동수원 톨게이트에서 나눠 줄 책자는 유홍준 (영남대 박물관장) 교수가 쓴 고속도로변 문화유적 답사기를 싣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고속도로 정체를 피해 접어든 국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될 우리 문화유산을 꼼꼼히 챙겨 볼 수 있는 길잡이다.

가령 경부고속도로 평택~안성 구간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아름다운 저녁놀을 볼 수 있는 곳이라든지, 호남고속도로는 71년 대선때 박정희 후보가 호남표를 의식해 갑작스레 착수한 것이어서 평지길이면서도 굽은 길이 많아 오히려 운치가 있다는 식의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준다.

또 호남고속도로 여산 휴게소는 판소리 '춘향가' 에서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이 역졸들에게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한 '전라도 초읍 (初邑)' 이라는 에피소도도 실려 있다.

한편 궁내동~신갈 (경부고속도로) , 하남~광주 (중부고속도로) , 마성~용인 (영동고속도로) , 회덕~유성 (호남고속도로) 등 4대 정체구간에서 펼쳐질 '천년의 허수아비전' 은 차량 정체시 지루함을 달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대형 전시회. 4백10여만명의 귀성객들이 모두 관람객이다.

시각문화연대 '아트 퍼블릭 코리아' 와 갤러리 퓨전 예술감독인 주일종씨가 총감독을 맡았다. 모두 3백20여개의 허수아비와 80여개의 깃발.현수막이 전시되는데 새천년.평화.환경. 새인간.지식창조.역사 등을 표현했다.

대형 깃발과 현수막에는 '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새천년 앞으로 100일' 등의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린다.

높이 2m 이상의 허수아비는 각각 도예.조수.의상디자인.회화의 기법을 활용해 다양한 모습으로 제작된다. 또 회화 기법을 활용한 허수아비는 KBS - TV의 고향가는 길 특집방송의 배경으로 활용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장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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