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금 소송 없이도 되찾게” 환급특별법안 국회서 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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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소송을 하지 않고도 ‘보이스피싱(전화금융 사기)’으로 입은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은행에 묶여 있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40억원에 이른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용태(한나라당) 의원은 12일 “‘전화금융사기 등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10명의 의원이 9일 공동발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피해자가 범인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고 즉각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해도 돈을 돌려받기 힘들었다.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거쳐야 하는데, 최근 2년간 소송을 통해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5건밖에 안 된다. 범인의 계좌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개설한 ‘대포통장’이기 때문에 소송 대상을 정하기도 어렵다. 올 5월 경기 일산경찰서는 관련 계좌를 압수한 뒤 이를 다시 주인에게 임시로 돌려주는 방법(압수후 가환부 결정)으로 소송 없이 피해자를 구제해 준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지휘한 고양지청의 조희진 차장 검사는 “형식적으로 법을 적용하기보다 피해자 입장에서 탄력적으로 사건을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사건의 가환부 결정은 검찰과 법원에서 대부분 기각됐다. ‘형법상 압수의 대상은 물건’이어서 ‘돈을 받을 권리’에 해당하는 예금은 압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특별법에는 ‘금융감독원이 사기에 이용된 예금계좌(주로 대포통장)와 피해금액을 공고하고 2개월간 이의가 접수되지 않으면, 금융기관은 피해액을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돼 있다.

금감원은 피해액 환급 문제를 다루는 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김 의원은 “이미 수년간 사회 문제화된 보이스피싱에 대한 피해구제책이 뒤늦게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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