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약분업, 국민편익 위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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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동안 몇차례의 추진시도가 의.약계의 이견과 정치논리로 번번이 무산됐던 의약분업이 마침내 내년 7월 시행으로 확정됐다.

의약분업 시행은 전국민 의료보장에 이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처방과 조제의 분리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가능케 함으로써 선진 의료체계를 완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37년 만의 의약분업 시행은 만시지탄 (晩時之歎) 의 느낌이 있으나 처방 없는 임의조제 관행으로 약품의 오.남용이 심각했던 만큼 다행한 일이다.

의약분업 시행방안은 논의과정에서 예외범위가 확대되기는 했지만 그 취지는 충실히 반영됐다고 본다.

이는 이번 방안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종전과 달리 관련업계는 물론 학계.소비자.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마련됐고, 특히 시민대책위원회가 중재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의료서비스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인 만큼 첫술에 배부를 리 없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솔직히 그동안 의약분업의 가장 큰 장애였던 의사와 약사집단의 이기주의가 또 다시 불거져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의약분업 시행방안의 최종 확정 과정에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측에서 보건지소의 분업면제 등 일부 사항을 문제삼아 실행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사태는 앞으로 입법예고와 국회 심의과정의 난항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관련 이익단체는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표명하고 토론을 거쳐 조정한 만큼 직역 (職域) 이기주의를 버리고 의약분업 정착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은 이제 골격이 정해진 상태고 처방료.조제료 산정, 약효 동등성 확보, 분업 예외인 병원 응급환자 범위 결정 등 앞으로 많은 세부 실행방안 마련작업이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분명한 의지와 뚜렷한 원칙을 세워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 원칙은 소비자들의 이익과 편리성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국민들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하겠지만 최소화해야 할 것이며 처방료나 조제료 산정에 있어 의사나 약사의 입장에 치우쳐서도 안된다.

또 의약분업이 되면 그동안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는 데 익숙해진 국민들은 당장 불편을 느낄 것이다.

국민들의 불편과 부담이 커져 불만을 갖게 되면 의약분업 실행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이같은 예상문제들을 미리 챙겨 충분한 홍보를 하고, 병원.약국에 대한 철저한 지도.단속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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