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생각한다면 [3]챙겨야할 5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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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 활동으로 현지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배우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 모습. 캐나다 학생들은 놀이터나 길거리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야구 등과 같은 운동 하나 정도는 배우는 것이 좋다.

최근 천안교육청 통계를 보면 9월 현재 외국에 살다 귀국한 학생 수는 초등 21개교 86명, 중등 12개교 117명, 고등 6개교 14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2년 미만의 단기 유학을 마치고 들어온 학생들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적 부담이 커진 일부 학부모들이 유학 나간 자녀들을 다시 귀국시키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지만 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낸다면 어디로..., 비용은 얼마나 들려나. 적응은 잘 하려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도 뒤져보고 책도 구해보고, 상담도 해보지만 판단이 서질 않는다. 본지에서는 캐나다에서 10년 동안 초, 중, 고 학생들의 유학 컨설팅을 하고 있는 장유 T.C.A.C (Total Care Academy & Consulting) 대표의 자문을 얻어 모두 3회에 걸쳐 유학에 필요한 전제와 조건을 총 정리한다.

값싼 비용 보다는 내용 집착하라
낭비 줄이려면 필수 조건 챙겨야

유학은 고비용의 투자이다. 아울러 고위험(high lisk)의 투자다. 그래서 값 싼 것에 집착할게 아니라 내용에 집착할 필요가 있다. 과외도 필수다. 이미 10여 년 이상 뒤떨어진 영어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배운 것도 다시 숙지시키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거기에 운동 한 가지 정도는 해주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여기는 놀이터나 길거리에서 친구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체류 기간 동안 여행을 자주하는 것도 좋다. 되도록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언어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경제적 조건=투자보다 이익이 많으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국내 원어민 과외도 최소 시간당 3~5만원이상 된다. 유학은 잠자는 시간 외에는 원어민에 둘러싸여 영어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시간을 허비 하지만 않는다면 국내에서의 투자에 비해 월등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년이면 얼마의 예산이 필요할까? 지역과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캐나다를 기준으로 1년에 3만5000달러(캐나다 달러) 정도가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학비, 홈스테이, 과외비, 그 밖의 과외 활동비가 어느 정도 포함된 수준이다. 물론 참고할 수준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성향적 조건=외향적 성격이 유학 생활에 도움이 된다. 나서는 것도 적당히 존재감만 알리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 같으면 “재수 없다”는 핀잔을 들을 만큼 나서야 한다. 우스운 것은 그렇게 잘난 체를 하면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들도 덩달아 인정해주고 칭찬을 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이 캐나다에서는 전혀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뿐더러, 친구를 만들고 존재감을 심는데 그 효과가 매우 크다.

◆학습능력의 조건=유학이 어학을 학습하는데 있어 가장 성과가 좋은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성취만 놓고 보면 개인차가 없지 않다. 혹시라도 유학 전에 기적 같은 성취를 기대하고 있는 학부모가 있다면 생각을 조금 달리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유학은 최대치를 목표로 해야 합리적이다. 누구나 잘 준비되고 영어 실력도 어느 정도 탄탄한 상태에서 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학년 단기유학의 경우는 처음 왔을 때에 비해 많은 성장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고학년 장기유학은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 후자의 선택은 경험상 모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의 조건=유학 전에 장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대도시 외곽의 중소규모의 도시가 적당하다고 본다. 한국 학생이 30%를 넘는 학교의 경우는 권하고 싶지 않다. 주어진 환경 보다는 적응해야 할 환경이 더 중요하다. 문화와 생활 습성의 차이에서 갈등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적응해야 할 환경적 요소를 미리 파악해 갈등을 줄이고 즐거운 유학생활이 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관리의 조건=관리는 여러 분야를 포함한다. 한국 같으면 학원을 통해 학습관리를 하면 되는데 이곳은 모두 학부모나 가디언이 알아서 챙겨야 한다. 그 밖의 교우관계, 건강, 문화적 이질감 등 성공적 유학을 전제로 하는 요소로써의 관리는 사실 끝이 없다. 학교와의 소통도 관리자의 몫이다. 맞벌이로 바쁜 이곳 생활이지만 아이들 학교는 자주 찾는다. 물론 관리자는 부모와의 소통도 소홀 할 수 없다. 관리자는 정확히 중간에서 홈스테이, 학교, 학부모와의 소통의 창구가 되어야 한다. 자칫 소통에 소홀하거나 막힘이 있으면 유학생활 전체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직접 동행해서 부모가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지어 같이 오는 경우라 해도) 현지 사정과 학사업무에 밝은 관리자를 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보내고 나서는 실상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1년 동안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활동안 한 캐나다 사람은 한국의 교육을 한마디로 ‘경쟁은 치열하지만 경쟁력은 없는 교육’ 이란 말로 정의했다. 슬프고 답답하지만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학은 좋은 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과 내일이 현저하게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잘 알지 못해서 치러야 하는 시간과 재화의 낭비는 가급적 피해가야 할 일이다.

장찬우 기자
도움말=장유 T.C.A.C 대표 yoojang@hotmail.com



학습의 전제 ③ “회화는 교실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듣기와 말하기, 읽기, 쓰기는 언어의 각기 다른 영역이다. 당연히 공부 방법이 다르다.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틀린 말 아니지만 너무 뻔해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인사법이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캐나다에서 한국에서 유학 온 학생을 제외하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

회화는 생활이다. 교실에서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려면 직접 기차역에 가서 표를 끊어야 하고 쇼핑을 하려면 쇼핑센터에 가서 해야 하듯이 회화는 현장 중심으로 스스로 깨우칠 필요가 있다. 유학은 책상머리 공부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엄마 아빠가 한국말을 하니 아이들이 자연스레 영어, 한국어를 다 잘하겠네요?” 대답은 “아닙니다” 이다.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을 통해서 언어가 발달한다. 불과 1년 정도 사이에 어린 학생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회화실력의 향상은 늘 필자를 놀래고 주눅 들게 한다.

특별한 학습도 없이 스스로 잘도 익힌다. 친구들과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언하자면 그것을 영어 실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회화의 향상이 곧 영어 실력의 향상은 아니라는 말이다.

듣고 말하기야 말로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반대로 귀국 후에 가장 먼저 사라질 수도 있는 능력이다. 다만 나머지 읽기, 쓰기가 일정 수준이 되면 회화 능력도 보다 견고해진다. 지지대가 많을수록 안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에게 북미교육과 한국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Essay(에세이)와 Presentation(프리젠테이션)을 꼽는다. 이 두 가지는 이곳 교육의 핵심이다. 그리고 한국학생들이 유학 와서 제일 고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진다. 첫 문장에 글의 개요가 나와야 하고(introduction) 본문(body)에서는 적어도 3개 이상의 예시 및 주제를 명확하게 하는 내용으로 중심을 잡고(paragraph) 보다 극명한 방법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는 결론(conclusion)을 이끌어 내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준비과정과 수정을 거쳐 에세이가 완성되면 이젠 발표(presentation)다.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자기 이론, 혹은 관점을 대중을 향해 발표하고 설득한다. 물론 발표 후에 질의 응답은 필수다. 이런 교육을 전 교육 과정을 통해 수도 없이 반복한다. 비록 생각이 다를지언정 그래서 그들은 늘 논리 정연하다. 지나치게 감성에 호소하는 논법도 없다. 그들의 합리성은 그렇게 키워지고 있다.

장유 T.C.A.C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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