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자 장터는 최고의 가을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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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자 서울 장터 아시아나항공 부스에서 승무원들이 중국·일본·인도·베트남 등 해외 지사 직원들이 기증한 특산품과 모형 비행기 등을 시민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짙푸른 가을 하늘 아래 ‘나누고 아끼는 보람과 즐거움, 봉사의 기쁨’을 한껏 누린 하루였다. 11일 서울·부산·대전·전주 등 전국 4개 도시에서 제5회 위아자 나눔장터가 열렸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열린 서울 장터에만 25만 명이 몰리는 등 전국에서 36만여 명이 나눔장터를 찾아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부산 장터에 5만 명, 전주와 대전 장터에는 각각 3만 명씩이 다녀갔다. 4개 도시의 장터는 이날 낮 12시 개장식을 시작으로 낮 12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 위아자 나눔장터 개장식에는 장터를 공동 주최한 서울시 오세훈 시장, 장터를 주관한 아름다운가게의 손숙 대표, 위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의 허남순 운영위원장, 신영섭 마포구청장, 중앙일보 송필호 사장 등 내빈들이 참석했다. 중국대사관 허잉(何潁) 총영사와 김원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도 함께했다.

부산 장터는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벡스코 해운대 야외광장에서 열렸다. 대전시청 남문광장에 차려진 대전 장터는 박성효 대전시장 등이, 전북도청 앞 광장에 마련된 전주장터는 김완주 전북지사 등이 참가해 개장식을 했다.

명사들이 기증한 애장품 경매에서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내놓은 은 100돈(약 375g)으로 만든 선박이 500만원에 팔리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이 선박은 강 회장이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것과 같은 제품이다.

이날 장터의 총 기부수익금은 1억4000여만원. 전액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는 위스타트 운동에 쓰이게 된다. 위아자 나눔장터의 미덕은 수익금 같은 눈에 보이는 결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하며 새롭게 가족애를 느끼고, 아껴 쓰고 나눠 쓰는 미덕을 배우는 교육의 효과 또한 톡톡하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은 “모처럼 가족이 모여 하루 종일 함께하는 단합의 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즐거운 나들이, 절약정신 덤으로”=딸 셋과 함께 서울 장터에 참가한 김현수(40)·장영숙(37·안양시 박달동)씨 부부는 “가족들이 함께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고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서로 화합할 수 있었다”며 “게다가 아이들에게 절약정신, 이웃 돕는 마음까지 가르칠 수 있어서 일석삼조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화창한 가을날 이보다 더 즐거운 가족 나들이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빠·엄마·사촌오빠와 함께 장터를 연 백숙현(10·서울 마포구 북아현동)양은 “책꽂이에 꽂아둔 채 안 보던 동화책 20권이 2000원에 팔리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며 “물건을 더 아껴 써야겠다”고 말했다. 백양의 어머니 김옥경(46)씨는 “온 가족이 각자 자기의 물건을 누가 더 많이 파나 내기를 했다”며 “딸이 가장 많이 팔면 당분간 방 청소를 면제해줄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조영미(47·부산시 재송동)씨와 조진영(17·여·해강고 3년)·민영(16·혜화여고 1년)양 가족은 부산 장터가 열린 3년 전부터 참석해온 단골이다. 이들은 만화캐릭터로 책갈피표를 제작하고 배지를 직접 만들어 좌판을 벌였다. 진영양은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경제를 배우고 남을 도울 수도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 활약=위아자 나눔장터의 보이지 않는 주역은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손수 만든 각종 재활용품을 판매하는가 하면 다양한 이벤트로 장터를 찾은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대전 장터에서는 가족들로 구성된 환경자원봉사단체 회원 50여 명이 장터에 참가해 환경보호 활동을 했다. 전주 장터에 직원들과 함께 단체장터를 연 김익산 한전전북본부 팀장은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려 우리 사회를 더 밝고 활기차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장터에서는 부산교통공사 허리케인 밴드의 웅장한 식전 공연과 해운대여중 학생들의 힙합공연이 장터를 더욱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서울 장터에는 3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 직장 단위로, 또는 개인 단위로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은 장터 참가 접수에서부터 자리 안내, 그리고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한 소독제 분사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외국인 통역을 위한 자원봉사자까지 있었다.

이기원·장대석·서형식·박태희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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