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우린 하나회 같은 사조직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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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아니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공개 세미나가 10일 오후 서울고법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 세미나는 법조계 안팎에서 “폐쇄적인 법원 내 사조직”이라며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자 연구회 활동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회장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인사말에서 “우리법연구회를 헌법을 유린하고 권력을 사유화한 하나회에 비유하는 사상적 기초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의 목표는 법원의 개혁이 아니라 법관의 자기 개혁”이라며 “시사적인 문제라도 법률가가 다뤄야 할 성격의 것이라면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미나의 주제는 ‘노동사건 심리상의 문제점’이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노동 유연화, 투자 장벽 완화 등의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노동법 입법에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 노동법 해석에서도 이를 고려해야 하는데도 법질서라는 이름 아래 경찰·검찰 등 공권력을 빌어 억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판사는 또 “국민 실생활의 다양한 요구가 정확하게 정치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대의제인 민주주의의 불완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법연구회는 5공 때 임명된 사법부 수뇌부가 6공 출범 후인 1988년 교체되지 않자 이에 반발한 판사들이 만든 모임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 모임 출신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시환 대법관 등이 요직에 발탁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해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 논란이 불거진 뒤에는 이 모임 소속 일부 판사들이 법원 내부 게시판에 신 대법관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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