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보도로 문화·지역 간 이해 높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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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04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왼쪽)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세계미디어정상회의 C조 분과 토론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오른쪽은 클리브 마셜 호주 AP통신사 사장. 베이징=김상선 기자

전 세계 170여 개 언론사 대표들이 모여 ‘미디어 올림픽’이라는 별명을 얻은 세계미디어정상회의(WMS)가 10일 사흘간의 일정을 끝냈다. 언론사 대표들은 4개 분과로 나눠 공동 현안들을 집중 토론했다.

‘언론 올림픽’ 베이징 미디어 정상회의 폐막

이번 행사는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신화통신사가 제안해 성사된 것이다. 그런 만큼 중국 지도부의 관심도 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9일 개막식에 참석해 “중국 정부는 상호 윈-윈 하는 개방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의 합법적인 취재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후 주석은 “세계가 중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언론사들이 공헌해 주기를 희망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는 당 서열 5위이자 언론·이념 분야를 담당하는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 당 선전부장,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천(王晨)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장관급) 등 당정 고위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신화통신사는 해외특파원 경력을 가진 중견 기자들을 집중 배치해 각국의 언론사 대표를 안내했다. 또 현장 취재기자들을 위해선 중국 전통문화와 개혁·개방 30년, 중국의 주요 정책을 설명하는 책자와 DVD를 배포했다.

인민일보와 베이징일보,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10일 이 행사를 1면에 보도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량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이번 행사를 개최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국제적 이미지를 높이고 소프트파워를 과시하려는 것임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남방(南方)일보는 “중국과 외국 간의 언론인 교류가 민주화와 개방의 지속적인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외신기자클럽은 전날 있었던 후 주석의 발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러시아 투데이의 편집국장인 알렉세이 니콜로프는 만족감을 표시하며 “이 행사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언론사 대표들이 행사 뒤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도 이례적이다. ‘협력, 위기대응, 상생, 발전’이란 주제 속에서 공존공영을 모색하자는 인식을 담고 있다. 갈수록 빨라지는 세계화·정보화의 물결 속에서 언론 공동의 협력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론사 대표들은 또 전통 매체가 혁신을 통해 디지털 멀티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다음은 10일 폐막에 앞서 4개 분과별로 발표된 토론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그룹 A=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출현이 가져온 도전과 기회, 구매체와 신매체 사이의 경쟁과 상호보완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공존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자. 언론사 간의 경쟁이 예전보다 더욱 치열해졌지만 동시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보량도 증가했다. 정보 제공의 채널도 화면과 모바일 서비스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자신이 강한 부분에 집중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그룹 B=글로벌 금융 위기를 언론이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은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불황일 때에는 각종 소문이 난무한다. 언론사는 보도 전에 철저히 사실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보도하는 기본 사명을 다해야 한다. 에디터와 기자들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채택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이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룹 C=언론사 대표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대부분 디지털 미디어 등장에 따른 변화를 도전보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 매우 고무적이다. 다른 많은 산업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미디어 기술의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능동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사 간의 통합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가속화돼 세계적으로 거대한 몇몇 대형 언론사만 남고, 작은 것들이 쓰러진다면 그것도 우려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목소리보다는 한 가지의 목소리와 입장이 우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개도국이 자기 입장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려도 필요하다.

▶그룹 D=기존 매체에서는 광고가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그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언론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모바일 기술은 모두들 주목하는 분야다. 휴대전화와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한 ‘시민기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기존 뉴스매체보다 더 빨리 ‘속보’를 터뜨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시민기자’의 출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이용하는 신매체를 언론사들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새로운 매출을 창조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제1회 세계미디어정상회의(WMS) 공동선언문 요지
▶‘협력, 위기대응, 상생, 발전’을 주제로 개최된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는 현재 언론이 놓여 있는 상황, 글로벌 위기 이후 언론사들이 겪는 새로운 변화, 빠르게 바뀌는 독자들의 요구,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 등을 주제로 광범위하고 깊이 있게 토의했다.
▶우리는 이번 회의가 커다란 지혜의 장(場)이었고, 상호 인식과 협력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믿는다.
현재 세계는 복잡하고 심오한 변화를 겪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 정보 폭발, 새롭게 등장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다양성과 융합성을 동시에 겪고 있는 이 세계는 언론사들에 위기보다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언론들이 정확하고 공정하고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뉴스를 전달해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를 희망한다. 또한 그것이 서로 다른 문화와 지역 간의 이해를 증진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전 세계 언론사들이 글로벌 미디어 발전에 동참해 공동 발전을 도모하고, 협력하고, 서로 간에 배우기를 희망한다. 또한 이 행사가 참석자끼리 개인적인 교류를 촉진하는 계기가 돼 우리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를 극복하고 공동 번영을 이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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