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로씨 서울 나들이…정해창.구상.배명인씨 등 찾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귀국 3일째를 맞는 권희로 (權禧老.71) 씨는 9일 그동안 자신의 석방을 위해 힘써온 국내 인사들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權씨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아시아나 914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꽃다발을 선물받은 뒤 곧바로 서울 여의도 구상 (具常.81) 시인의 자택을 방문, 자신의 석방을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權씨는 具씨에게 "한국말로 얘기해야 하는데 죄송하다" 고 말문을 연 뒤 자신의 어린시절과 당시 사건의 배경 등을 술회했다.

權씨는 이어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협력제도 연구모임 (대표 李健介)' 소속 국회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학력도 없는 내가 국정을 맡은 여러분의 환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 며 "나의 미약한 행위가 이렇게 높이 평가될 줄 몰랐다. 저 세상에 계신 어머니도 기뻐하실 것" 이라고 감격해 했다.

權씨는 오후에는 배명인 (裵命仁).정해창 (丁海昌) 전 법무부장관을 찾았다.

丁전장관은 일본 법무성 고위층을 통해 줄기차게 權씨의 석방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며 박삼중 (朴三中) 스님의 특별면회를 주선했으며, 裵전장관도 權씨의 구명운동을 꾸준히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權씨는 오후 6시 자신의 사건을 다룬 영화 '김의 전쟁' 을 제작한 한진흥업 한갑진 (韓甲振) 회장의 집에 초대돼 극중 김희로 역을 맡았던 배우 유인촌 (柳仁村) 씨 등과 함께 저녁식사 후 잠실 롯데호텔에서 첫 서울 밤을 보냈다.

權씨는 10일 정신대 위안부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을 찾아 위로하고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건강진단을 받는다.

전영기.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