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7개월 태아 오감기능 완성…태교통한 안정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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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태교 (胎敎) 는 과학이다.

이는 대한태교연구회 (회장 박문일 (朴文一) 한양대의대 산부인과교수)가 '전통태교의 과학적 접근' 을 주제로 최근 개최한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내린 결론. 이 연구회는 지난 5월 의사.과학자 등 40여명이 결성한 학술단체다.

태교의 중요성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는 97년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미국 피츠버그대학팀의 연구결과. 유전에 의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아기의 지능지수가 자궁내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소와 영양이 풍부하며 모체의 심신이 안정된 자궁에서 태어난 아기일수록 지능지수가 높다.

연구진의 결론은 전체 지능지수의 52%가 태교로 상징되는 자궁내 환경이 좌우하며 나머지 부분을 유전이나 후천적 학습환경이 맡고 있다는 것.

朴교수는 "태아는 뇌세포가 형성되는 임신 24~26주부터 시각.청각 등 오감을 느낄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시각.청각은 임신 6개월, 미각.후각은 임신 7개월 무렵 완성된다.

임신부의 배에 강한 불빛을 비추면 태아가 꿈틀거리는 것도 태아가 외부의 빛을 시각적으로 인식한다는 증거. 강한 빛은 태아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므로 임신 중엔 조명이 현란한 곳을 피해야한다.

태아는 오감을 통해 배운 것을 학습할 수도 있다.

카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소아과 성인경 (成仁卿) 교수는 "태아는 임신 22주부터 배운 것을 잠시 (대개 15분내외) 기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0주부터는 성인처럼 영구히 기억할 수 있는 힘을 보인다" 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태아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전문가들은 태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각이라고 강조한다.

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문영 (金文暎) 교수는 "태아의 뇌 발달 중 청각이 차지하는 부분이 90%나 된다" 며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고 권유했다.

음악의 종류는 무관하며 임신부가 좋아하는 곡이면 된다.

음악을 들을 경우 태아의 운동기간과 횟수가 증가하며 임신부의 우울증과 조산의 빈도를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어머니의 정서적 안정도 중요하다.

朴교수팀이 한양대병원을 찾은 5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15분 동안 파도소리.새소리.시냇물소리 등 자연음향을 들려준 뒤 태아의 상태를 관찰한 결과 태아 심박동의 변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朴교수는 "태아심박동의 변이도 증가는 태아의 장기가 제대로 성숙할 때 나타나는 현상" 이라며 "이는 임신부의 정서적 안정이 태아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 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음은 곤란하다.

朴교수는 "소음은 태아의 호흡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양수가 줄어드는 등 태아건강에 해롭다" 고 충고했다.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

태아가 가장 예민하게 듣는 목소리는 엄마지만 이는 뱃속의 울림현상인 공명 (共鳴) 을 통해 듣는 것.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외부인의 목소리 가운데에선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가 태아의 정서적 안정에 가장 보탬이 된다. 朴교수는 "남성의 목소리는 여성보다 주파수가 낮아 복부를 통해 태아의 귀까지 잘 전달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태교집인 태교신기 (胎敎新記) 의 가르침은 임신기간 중 부모가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껴야 건강하고 똑똑한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 현대의학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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