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사건 일단락…여야 모두 부담덜어 대화모색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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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풍 (稅風)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여야 사이를 막아온 걸림돌이 제거됐다.

그동안 여당측은 '국기 (國紀) 문란' 사건으로 공격했고, 한나라당은 '이회창 (李會昌) 죽이기 음모' 라고 거칠게 맞섰다.

지난 1년6개월간 정국이 풀리는 듯하다가, 세풍이 돌출하면 다시 헝클어지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6일 검찰수사 발표로 정국은 정상화 쪽으로 옮기게 됐다.

이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양축으로 움직이는 정국이 제 모양새를 찾았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한 분위기는 일단 잡혔다.

이회창 총재는 5일 세풍사건에 "매우 죄송한 일" 이라고 사과했고, 청와대 김정길 (金正吉) 정무수석은 '진일보한 발언' 이라고 화답 (和答) 했다.

세풍사건의 주역으로 지목돼온 서상목 (徐相穆) 의원은 검찰 발표 직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이석희 (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귀국하면 다시 수사할 수 있다" 는 검찰의 단서에 "의심을 풀지 않았지만" (李思哲대변인) 마무리 과정이 여야간 물밑 협상의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풍사건 매듭에는 여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李총재는 "세풍에 발목이 잡혀 당이 꼼짝 못한다" 는 당내의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 속에는 "李총재의 리더십이 없다" 는 비난이 깔려 있었다.

측근들은 "다소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빨리 이 문제를 털어버려야 한다" 고 건의해왔다.

청와대.국민회의도 세풍이 장기화하면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석희 전차장 수사가 벽에 부닥치면서 세풍이 대야 (對野) 압박카드로서 '효력' 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법 등 정치개혁법안 협상,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서도 야당을 대화로 끌어내야 하는 형편이다.

김정길 수석도 "여야간 대화가 하루빨리 복원돼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고 기대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김대중 - 이회창' 의 총재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국 정상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풍으로 쌓인 서로의 불신을 씻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여야의 생존을 건 대결이 될 16대 총선이 7개월 앞에 놓여 있다.

당장 정기국회에서 인사청문회와 특검제 도입,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전초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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