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꽃홍보…농촌진흥청 화훼담당 오대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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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는 오대민 (吳大民.41.농촌지도사 6급) 씨는 '꽃파는 아저씨' 로 통한다.

81년 제주농업기술원에서 시작해 94년 농촌진흥청 원예축산과 화훼담당으로 옮긴 이후 현재까지 줄곧 꽃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러나 정작 그는 꽃을 팔지는 않는다.

주위 사람은 물론이고 방송계스타.대기업총수.언론인.종교인 등 여론주도층에 "꽃을 생활화 하자" 고 부르짓다보니 생긴 별명이다.

그가 이런 내용을 담은 전자메일.편지.전화를 여론주도층에게 파상적으로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말부터.

"화훼농가를 살리는 획기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우리농민을 돕자는 하소연보다는 꽃을 활용하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인식을 심어주자고 생각했죠. " 궁리끝에 초컬릿 소비를 늘린 발렌타인데이처럼 '꽃의 날' 을 정해보자고 생각했고 행운의 수 '9' 가 겹친 9월 9일을 택일했다.

CNN과 NHK 등에 "한국이 9월 9일을 '꽃의 날' 로 선포했다" 고 엉뚱한 메일도 보냈다.

주유소.서점.식당.노래방 등에 ▶9월의 경품은 아름다운 꽃으로 ▶9% 보너스 더주고 꽃주기 등의 '꽃의 경영학' 도 창안했다.

농촌진흥청과 행정자치부 전자게시판을 통해 "동참자를 찾는다" 는 글을 올려 대학생.백화점직원 등 4명의 동지도 생겼다.

이후 대대적인 홍보전을 시작했다.

TV속에서 '대중 여론을 형성하는 30인' 을 직접 선정했다.

'장미와 콩나물' '순풍산부인과' 등 인기드라마 작가, 이상벽. 남희석.이휘재.김희선. 최유라.강석 등에게 등기우편과 메일을 보냈다.

"그분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멘트중에 '꽃의 달 9월' 이 언급되면 목적은 달성된다" 는 게 그의 바람. 그의 홍보전쟁은 정몽준 (鄭夢準) 의원등 정치인, 구본무 (具本茂) LG그룹회장 등에게로 까지 이어졌다.

반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그의 충고를 실천한 노래방과 커피숍 등에서 손님에게 꽃을 선물해 매출을 크게 늘린 사례가 생겨났다.

하지만 그의 열정에 비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가늠하기는 이른 단계. 吳씨는 "작은 노력으로 국민들이 차츰 꽃과 친숙해진다면 그것이 더 큰 성과이자 보람" 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있다.

꽃의 생활화를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그는 제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공부하는 공무원이기도 하다.

오씨의 전자메일은 greatman@rda.go.kr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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