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파·반대파 지도자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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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민투표 후에도 반대파와 독립파의 입장은 팽팽히 갈라져 있다.

이후 펼쳐질 동티모르의 정국을 어둡게 하는 부분이다.

투옥 중인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를 대신해 동티모르저항 평의회 (CNRT) 를 이끌고 있는 레안드로 이사에 의장과 반대파 민병대 (밀리샤) 의 일원인 필로메노 호르나이 동티모르민족자치연합 (FPDK) 의장을 만나 각각의 입장을 들어봤다.

딜리 = 진세근 특파원

◇ 반대파 호르나이 의장

- 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유엔과 여러 친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표법 위반사례가 발견됐다. 수십군데 투표소에서 독립파들은 자신들의 상징문양을 휘두르며 유권자들을 현혹했다. 이같은 위반사례에 대한 유엔측의 명확한 해명과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

- 투표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

"물론이다. 유엔측 설명을 요구한 뒤 납득할 수 없을 경우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부정사례를 밝혀낼 계획이다. 부정투표라는 결론이 나면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

- 조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당한 결과를 앉아서 받아들일 순 없다. 선거에서 최소한 70% 정도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 투표를 하기 전 우리의 자체평가였다. 공정한 투표가 이뤄졌다면 충분히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

"

- 만일 자체 조사결과를 유엔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지자들에게 투표결과에 승복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건 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전제하에서다. 따라서 불법사실이 드러나고 유엔이 이를 받아들여 공정한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

- 반독립파가 폭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폭력은 우리만 사용한 게 아니다. 저쪽도 사용했다. 우리는 악마고, 저쪽은 천사라는 식의 평가에 분노를 느낀다. "

◇ 독립파 이사에 의장

- 투표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는가.

"물론이다. 동티모르 민중의 절대다수는 독립을 염원하고 있다. 우리는 투표에서 압승했음을 확신한다. 이미 승리 확인 이후의 업무를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

- 투표 결과가 발표되면 엄청난 충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저들 (반독립파) 도 그동안 합의한 평화협정을 준수할 것으로 본다. 게다가 모든 민중들이 단단히 뭉쳐 있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 그럼 왜 탈출행렬이 이어지는가.

"만일 폭력사태가 재연된다면 이는 순전히 치안을 맡은 인도네시아 정부 책임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을 주장해왔다. 이 요구만 받아들여진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

- 반독립파가 투표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저들은 폭력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일종의 정신병이다.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투표 결과를 인정하고 폭력행사를 포기한다면 그들과의 대화는 물론 대사면령을 내릴 용의가 있다. "

- 반독립파들이 전면전을 벌일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우리는 협상을 중시한다. 필요하다면 살육자에 대한 '전면 사면' 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약속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끝까지 저항할 경우 반격이 불가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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