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오페라 파우스트 설레는 초연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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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괴테 탄생 2백50주년을 맞아 그의 희곡 '파우스트' 를 오페라화한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파멸' (La Damnation de Faust) 이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예술의전당 주최 99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로 장 이브 오송스 (프랑스 투르오페라단 예술감독)가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와 테너 김재형.이중운 (파우스트) , 메조소프라노 김현주.전효신 (마그리트) , 바리톤 김동섭.조병주 (메피스토펠레스) 등이 출연한다.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문호근이 연출을, 독일 출신의 하랄트 토르가 무대 디자인을 각각 맡아 첨단기술을 이용한 현대적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1846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원래가 작곡자 자신이 '콘서트용 오페라' '극적인 이야기' 라고 이름붙였던 칸타타. 그래서 오페라극장보다는 콘서트홀 무대에서 자주 연주돼왔다.

초연 실패 이후 잊혀졌다가 1893년 라울 건스부르의 연출로 오페라 무대에 올려진 이래 많은 연출가들이 도전장을 내민 문제작이다.

이 작품은 29일 폐막된 99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 (마그리트) 등이 주역 가수를 맡아 절찬을 받은 바 있다.

또 오는 2003년 베를리오즈 탄생 2백주년을 앞두고 내년 2월부터 파리 오케스트라가 베를리오즈가 쓴 파우스트 주제의 음악으로 '베를리오즈 전곡 연주' 를 시작한다.

연출가의 재량이 마음껏 발휘되는 무대도 관심거리지만 이 작품의 핵심은 역시 음악에 있다.

'헝가리 행진곡' 이라고도 하는 '라코치 행진곡' 이나 마그리트의 아리아 '뜨거운 사랑의 불꽃' 등이 백미 (白眉) 로 손꼽힌다.

베를리오즈는 벨리니.도니제티 등의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한 벨칸토 스타일을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정통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베를리오즈의 투쟁적 가치관이 결부돼 원작과는 달리 파우스트가 영혼을 판 대가로 영원한 저주를 받게 되는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

원작인 프랑스어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 부르는 것도 이번 공연의 특징이다. 02 - 580 - 1300.

◇ 추천음반 = ▶정명훈 지휘, 할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지휘) 와 브라인 터펠 (메피스토펠레스).안네 소피 폰 오터 (마그리트).루이스 (파우스트) ▶콜린 데이비스 지휘, 런던심포니, 니콜라이 게다 (파우스트).쥘 바스탱 (메피스토펠레스).조세핀 비제 (마그리트) <필립스>

*** 음악과 파우스트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파우스트 박사의 전설은 작곡가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소재였다. 1808년 첫 선을 보인 괴테의 희곡은 16세기초 실존 인물이었던 파우스트 박사의 이야기에 마그리트와의 사랑 얘기를 덧붙인 것. 다음은 파우스트에 관한 주요 음악작품.

▶오페라.칸타타 = 루드비히 슈포어 '파우스트' , 도니제티 '파우스타' (1818) , 헨리 비숍 '파우스투스' (1827) , 루이즈 앙젤리크 베르탱 '파우스트' (1831) , 구노 '파우스트' (1859) , 보이토 '메피스토펠레' (1868) , 릴리 불랑제 '파우스트와 엘렌' (1913) , 부조니 '파우스트 박사' (1925) , 한스 아이슬러 '요하네스 파우스투스' (1953) , 프로코피예프 '불의 천사' (1954) , 앙리 푸쉬 '당신의 파우스트' (1969)

▶관현악 = 바그너 '파우스트 서곡' (1844) , 슈만 '파우스트의 정경' (1849) , 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1857) , 말러 '천인 교향곡' (190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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