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시신 기증받은 대학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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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S대 의대병원에 시신을 기증한다고 생전에 약속하셔서 우리 가족은 슬프지만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시신 기증에 대한 이 대학병원의 조치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장례차가 도착했는데도 병원측은 시신기증 절차를 잘 모르는지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고 10여분 가량 기다리게 했다.

그후 한 관계자가 와서 할머니의 시신을 모셔갔으나 안치소는 시멘트 바닥에 고무호스와 양동이 등이 널려 있어 마치 공장 같은 분위기였다.

영정을 놓고 향을 피울 장소도 한 곳밖에 없어 잠시 있다가 다른 가족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또 병원관계자 중 누구 하나 "할머니의 뜻이 훌륭하다" 는 등의 간단한 인사치레조차 없었다.

시설이나 잘 돼있었으면 덜 슬펐을 텐데 황량한 그 곳에 할머니를 혼자 두고 나오려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greenmay.유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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