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축구 지능 높은 선수” … 김민우, 메시 빼닮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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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전에서 김민우(왼쪽)가 쐐기골을 뽑아낸 뒤 홍명보 감독에게 달려가고 있다. [카이로(이집트) 로이터=연합뉴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았다. 경남 진주 봉래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래 팀에서 자신보다 작은 선수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 출전한 홍명보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키 1m70㎝의 김민우(19·연세대)는 21명의 젊은 태극전사 중 최단신이다.

하지만 김민우는 이번 대회를 통해 ‘거인’으로 우뚝 섰다. 3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한국이 1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카메룬과의 첫 경기에 결장한 김민우는 독일과의 2차전에서 천금의 동점골을 넣으며 한국의 16강 불씨를 살려냈다. 파라과이와 16강전에서는 2골을 몰아치며 3-0 완승을 이끌었다. 김민우의 플레이를 지켜본 축구 전문가들은 “작은 키에도 뛰어난 드리블과 골 결정력이 메시(1m69㎝·바르셀로나)를 빼닮았다”며 ‘스타 탄생’을 축하했다.

김민우의 아버지 김성대(54)씨도 축구선수였다. 학창 시절 조광래 경남 감독의 라이벌로 지역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공격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건강이 좋지 않아 바깥나들이를 별로 하지 못한다. 생계는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어머니가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원망은커녕 부모님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효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는 “부모님이 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축구선수로 꼭 성공하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가 그라운드에 나서면 죽기 살기로 뛰는 이유다.

김민우가 좋아하는 선수는 대표팀 주장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그라운드에서 한없이 커 보이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교 1학년이지만 김민우가 걸어온 길은 박지성과 비슷하다.

배재중 졸업반 때 김민우는 키가 작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고교 축구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을 때 다행히 서울 언남고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의 고향 후배인 정종선 감독이 축구부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박지성이 수원공고를 졸업한 뒤 작은 체격 때문에 대학 입학을 번번이 거절당하다 간신히 명지대에 들어갔던 사연과 비슷하다.

멀티플레이에 능하고 팀에 헌신적인 스타일도 박지성과 닮았다. 김민우는 독일·미국·파라과이전에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엄청나게 뛰면서도 해결사 역할을 120% 해냈다.

8강에 오른 뒤 홍명보 감독은 김민우에 대해 “키는 작지만 축구 지능은 훨씬 높은 선수다. 축구를 정말 잘하고 전술 이해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김민우는 “아프리카 팀과 8강전을 치른다. 조별 리그 때 카메룬에 진 걸 갚아 주겠다. 목표는 결승에 오르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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