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돈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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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6~7월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에서 730선으로 미끄러지는 동안 미국계 자금이 한국 증시를 대거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싱가포르계 자금은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미국계 자금이 빠진 공백을 메운 것으로 조사됐다.

◆ 미국계 공백 메운 싱가포르계=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시작된 '중국 쇼크' 속에서도 5월에 1조4712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미국계 자금은 6월과 7월 각각 4564억원과 420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5월에 1조37억원을 순매도해 한국 증시를 이탈하는 것처럼 보였던 영국계 자금은 6~7월 순매도액이 1259억원에 그치는 등 관망세로 돌아섰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미국계 투자자들이 지난 6, 7월 미국시장의 정보기술(IT)주 폭락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시장에서도 IT주들을 집중적으로 판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올 들어 5월까지 약 400억원을 순매도했던 싱가포르계 자금은 왕성한 매수세로 돌아서 6월 4558억원, 7월 816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계 자금 이탈에도 전체 외국인들은 6, 7월 85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 향후 전망=상당수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계 자금이 한번에 확 빠지지는 않겠지만 외국인 자금 유입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두 달간의 자금 이탈 규모는 한국시장에 들어와 있는 미국계 자금의 총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어서 한국시장 이탈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증권 오태동 연구원은 "미국계 투자자의 자금 기반인 뮤추얼펀드 자금 유입이 줄어 추가로 주식을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계 자금 유입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LG증권 강 연구위원은 "싱가포르계 자금의 60~70%는 싱가포르투자청 자금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싱가포르계 자금은 단발성이거나 한두달 집중적으로 주식을 산 뒤 정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8월 들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이달 중순부터 약해지고 있는 것도 외국인 추가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루 평균 6000억원대에 달하던 외국인 매수 금액은 최근 3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주가가 800선으로 올라서면서 가격 이점이 많이 사라진 만큼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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