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80대 할머니 생계보조금 모아 성금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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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얼마 안되는 돈이라우. 수재민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구먼. "

생활보호대상자로서 받은 푼돈의 보조금을 모아 5일 2백만원을 수재민 돕기 성금으로 본사에 흔쾌히 기탁한 최봉희 (崔鳳姬.84) 할머니. 모두를 부끄럽게 만든, 미소 띤 이 할머니가 받는 보조금은 월 20만원 정도다.

崔할머니는 "요양원에서 TV를 통해 파주.문산 일대 수해현장을 생생히 봤다" 며 "생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 부끄러운 듯 털어놨다.

평양이 고향으로 1.4후퇴 때 피난을 왔다는 崔할머니는 20년전 남편을 여의고 최근까지 오금동 조카 집에서 기거했다.

그러나 조카에게 더 이상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지난달 말부터 서울 마천동 청암노인요양원 (원장 손혜자)에서 생활하고 있다.

요양원 孫원장은 "급하게 쓸 돈 정도는 예금을 하고 있는 게 어떠냐고 몇차례 만류를 했지만 할머니는 '그냥 살다가 빈손으로 떠나면 되는데 내게 무슨 돈이 필요하냐' 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 전했다.

친자녀가 없어 홀몸인 崔할머니는 한때 장사를 하면서 끼니를 제때 못챙기는 바람에 지금도 위장병을 앓고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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