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식탁에도 생선 한 토막 꼭 챙기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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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나이가 들면서 겪게 되는 폐경은 심리적으로도 큰 이벤트지만 신체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폐경기의 많은 여성이 심리적인 공허감을 호소하는데, 식사조절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몸은 뚱뚱하면서 부실해지는 육체적 공허(?)까지 초래할 수 있다.

40세 이후 여성 절반이 비만
폐경이 돼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복부비만·심혈관계 질환·골다공증이 초래될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체중 증가를 경험한다.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전까지는 남성에 비해 비만 유병률이 훨씬 낮지만, 40세 이후의 연령층에서는 남성에 비해 높아져 절반 가까운 여성이 비만일 정도다. 체중이 정상 범위에 있는 경우라도 대부분은 몸매에 변화가 생기는데, 둔부나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복부에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인다.

또한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혈액 내 지방 수치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좋지 않은 지방질 수치가 증가하고,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HDL콜레스테롤은 감소한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높게 만든다. 또한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뼈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50세 이상의 여성들이 건강검진을 하면 흔히 받는 결과가 ‘비만, 특히 복부비만 혹은 체지방 과다’, ‘고지혈증’, ‘골다공증 혹은 골밀도 감소’다. 일부 여성은 ‘빈혈’ 판정까지 받기도 한다. 비만과 골다공증·빈혈이 동반돼 있다는 결과를 받은 여성 중엔 “골다공증은 나이가 들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렇게 뚱뚱한데 빈혈이라니 어디 가서 말하기도 난감하다”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렇지만 많은 우리나라 중년 여성의 식생활을 살펴볼 때 충분히 나올 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50세가 넘으면 여성에겐 일상적인 집안일, 특히 가족의 식사 준비와 관련된 일이 많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자신의 식사 준비가 더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할 때는 이것저것 반찬도 신경을 써서 만들지만, 막상 자기가 먹기 위해서는 별도로 음식을 만들지 않고 그냥 있는 대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밥·국·김치에 간혹 밑반찬류를 보탠 식사를 하거나, 그도 귀찮아서 빵·떡·감자·고구마·과일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이렇게 대충 먹는 식사라고 해도 칼로리가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이렇게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하면 먹을 땐 배가 부르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금세 배가 꺼져 다시 음식을 찾게 돼 칼로리 섭취가 과다해질 수 있다.

우유는 식사와 식사 중간에
또 이런 식사를 하면 칼로리 섭취는 많아도 단백질이나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은 부족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 몸 안에서 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분과 함께 단백질과 비타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칼로리를 많이 섭취해도 이런 영양소가 부족하면 비만과 빈혈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피를 만드는 데 중요한 성분인 철분은 함유한 식품의 종류에 따라 식물성 철분과 동물성 철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녹황색 채소에 많이 들어 있으면 식물성 철분이고, 붉은색 고기나 계란 노른자 등에 들어 있으면 동물성 철분이다. 그런데 식물성 철분은 동물성 철분에 비해 흡수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동물성 철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체내 철분이 부족해질 수 있다. 더욱이 동물성 식품을 적당히 먹어야 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과 비타민도 충족할 수 있다. 조혈 과정에 필요한 비타민에는 비타민 B12와 엽산이 있는데, 이들 비타민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해 문제가 된다. 엽산은 잎채소에 많지만, 비타민 B12는 식물성 식품에 주로 많은 대부분의 비타민과 달리 동물성 식품에 주로 함유돼 있다.

그런데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다 보면 체내 비타민 B12가 부족해진다. 따라서 비만과 빈혈이 동반됐다면, 밥·빵·국수·과자류 등의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매끼 식사에 기름기 적은 살코기나 생선·계란 등을 먹도록 한다. 먹는 양이 많을 필요는 없다. 한 끼에 생선 한 토막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자신의 매끼 식사에 이러한 반찬을 곁들여 먹지 못하고 있다. 물론 매끼 식사에 스스로를 위해 이러한 반찬을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런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챙겨 먹거나,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1회 분량으로 나누어 준비해두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골밀도 감소를 최소화하려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유와 유제품은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그런데 빈혈이 있을 경우엔 우유나 유제품을 식후에 바로 먹기보다는 식사와 식사 중간에 먹는 것이 낫다. 칼슘과 철을 함께 먹으면 철의 흡수가 방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칼슘보충제는 식사와 함께 먹지 않도록 한다. 칼슘 이외에도 녹차·감과 같이 타닌이 많은 식품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식사와는 간격을 두고 먹는 것이 좋다.

김은미 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 강북삼성병원 영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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