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비아그라 부작용 과장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중앙일보에 두번에 걸쳐 게재된 비아그라 시판에 대한 기고 중 몇 가지 점에 이의가 있다.

우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모든 전문치료제는 약국에서도 시판이 가능하도록 국내법이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병원이나 약국, 어느 한쪽에만 공급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코자 한다.

두 기고문에서 비아그라는 심혈관 (心血管) 계 부작용이 매우 심각한 약처럼 표현됐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증명된 과학적 사실을 무시한 채 가정에 바탕을 둔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

미 식품의약국 (FDA) 은 98년 11월까지 보고된 1백30명의 사망자에 대해 이들의 이상반응 원인은 약과 직접적 관련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설명서대로 사용되면 비아그라가 안전한 약이라는 FDA의 공식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확인한 바도 있다.

특히 미국의 부작용 보고체계는 약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더라도 모든 보고건수를 접수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FDA에 보고된 숫자 자체가 부작용의 심각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비아그라는 시판후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1천1백70만건의 처방이 이뤄졌다.

심장내과를 포함한 모든 진료과 중 92% 이상의 의사들이 비아그라의 안전성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비뇨기과 의사 중 98%가, 당뇨나 고혈압을 치료하는 심장.내분비계 의사는 80% 정도가 각각 비아그라를 처방하고 있다.

비아그라는 출시 이후 미국 발기부전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비아그라는 현재 전세계 92개국에서 허가돼 80여개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지난 7월초 세계보건기구 (WHO) 주최로 파리에서 열린 국제 발기부전 회의에서는 전세계 6백여명의 비뇨기과 의사들이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에 가장 먼저 사용하는 1차 치료제로 의견을 모았다.

만일 약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전세계 전문가들이 이런 호응을 보일 수 있을까. 우리 나라에서도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실시된 실험 결과가 유효성.안전성면에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국내의 비아그라 임상 대상자 중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탈락은 한건도 없었으며 그 부작용의 정도는 매우 경미하고 일시적이었다.게다가 이미 알려진 두통이나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의 빈도가 좀 높다고 해서 이를 심혈관계 부작용이며 치명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다.

비아그라에서 나타나는 두통이나 안면홍조는 다른 혈관확장제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예측된 부작용이다.

비아그라는 다른 약들과 마찬가지로 치료제이며 모든 치료제가 가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뿐이다.

단 질산염 제제를 사용하는 협심증 환자는 이 약을 함께 먹었을 경우 혈압강하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설명서에 이 두 약을 절대로 함께 복용하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발기부전 환자들과 그 가족의 생활에 엄청난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비아그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오.남용될 가능성에 매달려 2백만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무시해 왔다.

오.남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비아그라를 선물로 주는 '못말리는 성문화' 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아그라를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비아그라의 선물로서 가치를 오히려 높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양범 한국화이자제약(주) 학술담당 상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