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복비 인상 -이렇게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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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동산 중개수수료 두배 인상 등을 골자로 한 개정 부동산중개업법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 부담만 늘린다는 반론과 수수료 현실화로 서비스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 찬성/ 수수료 현실화해야 서비스도 향상

부동산은 기본적인 거래단위가 다른 상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기업.국가기관에 이르기까지 거래에 약간의 하자 (瑕疵) 라도 있게 되면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피해가 막심해진다.

더욱이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 부동산업체의 국내진출, 부동산 업계의 다양화 등으로 부동산 거래는 더욱 복잡.다양해졌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업 분야는 그 중요성에 걸맞지 않게 지금까지 방치돼온 것이 사실이다.

83년 이후 정부는 중개업자를 국가자격시험에 의해 선발했지만 이들이 진정 전문직업인으로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중개수수료 요율 수준은 현실적으로 너무 낮다.

그래서 중개업자들은 개업과 동시에 폐업을 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법정 중개수수료 이상을 고객에게 요구해 실정법상 범법자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개업계는 '복덕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소비자는 중개업자의 낮은 서비스 수준에 불만을 품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따라서 국내 부동산 중개업의 대외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법정요율과 현실 수수료와의 괴리를 교정하기 위해 수수료 요율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매우 절실하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중개제도 개선방안은 무조건 중개업자 입장에서만 주장되는 것이 아니다.

수수료율 현실화와 더불어 양질의 종합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중개업의 업무영역을 넓힐 뿐만 아니라, 거래사고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대상물건에 대한 체크리스트제도 (매물상태설명서) , 전속중개계약 등 중개계약체결의 의무화, 손해배상금의 상향조정 및 중개업자의 범법행위에 대한 징계강화 등 중개업자의 책임과 의무사항 등을 추가로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제도들은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정착돼 소비자들은 안전한 거래를 보장받는 대가로 6%에 이르는 수수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다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일생에 한두번 있는 부동산 거래에 대해 안전성을 보장받고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를 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태교 한성대 행정대학원장

◇ 반대/ 서비스 질 높일 제도개선이 먼저

최근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중개제도 개선방안' 에 따르면 법정수수료율을 평균 0.4%에서 0.7%로 2배 가까이 올리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소비자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개선 없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부동산중개 수수료 현실화' 라는 근거만 가지고 무려 1백% 이상 수수료를 올리려는 방안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민생활에 필수적인 주택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별로 없는 전세제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수수료의 대폭 인상은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수수료 인상을 논의하기 전에 정부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한 제도를 조만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첫째, 말로 주고 받으면서 이뤄지는 중개관행을 고쳐야 한다.

서면으로 중개계약을 하는 제도의 정착은 소비자와 부동산 중개업자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중개업자는 소비자에게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주택의 경우 이용 및 권리관계에 관한 정보, 화장실.하수도시설, 전기.난방.도배 등 설비상태에 관한 정보를 중개업자는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크리스트 제도' 를 조속히 도입.실시해야 한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소비자는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부동산 중개시장의 경쟁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소비자가 부동산거래 사고로 큰 피해를 보았을 때 신속하고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소비자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의 확립도 필요하다.

요컨대 정부는 중개수수료 인상에 앞서 부동산 중개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제도를 과감히 개선해야 하고, 부동산 업계는 이러한 제도개선에 적극 협력해 부동산 중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본다.

김종구 한국소비자보호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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