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복싱] 남북 복싱 "금·은 대결 우리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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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복싱 사상 첫 남북 대결이 펼쳐질까. 24일(한국시간) 아테네 페리스테리 올림픽 복싱홀. 남북한은 같은 경기장, 같은 종목에서 활짝 웃었다.


결승전에서 이 장면을 볼 수 있기를. 북한의 김성국(左)과 한국의 조석환이 8강전에서 각각 왼손 잽과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뻗고 있다. [아테네=연합]

복싱 57㎏급 8강전에 출전한 북한의 김성국이 먼저 링에 올랐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무이딘 가니유를 맞아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32-11로 이기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경기가 끝나도 북한의 코칭스태프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30분 뒤에 펼쳐진 조석환(한국)의 8강전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조석환은 루마니아의 비오렐 시미언을 39-35로 꺾고 약속이나 한 듯 준결승에 올랐다.

경기 후 김성국은 "싸움은 이기라고 하는 것"이라며 "싸울수록 신심(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조석환과 결승에서 만날 수도 있다는 질문에 "누구와 붙어도 자신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조선체육대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김성국은 "포즈를 취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세련된 매너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조석환은 국군체육부대에 소속된 현역 군인이다. 이미 동메달을 확보한 조석환은 "꼭 결승에 올라 김성국 선수와 실력을 겨뤄보고 싶다"며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두 선수의 경기를 모두 지켜본 오인석 한국복싱팀 감독은 "만약 결승에서 남북대결이 이뤄진다면 최고의 흥행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조석환은 러시아의 알렉세이 티치첸코를, 김성국은 독일의 비탈리 타이베르트를 준결승에서 꺾어야 한다.

티치첸코는 8강전에서 세계챔피언 갈리브 자바로프(카자흐스탄)를 꺾은 '돌주먹'이고, 타이베르트는 현 유럽챔피언이다.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조석환의 기습공격, 왼손 잽으로 상대를 유인한 뒤 변칙적인 스텝으로 허를 찌르는 김성국의 공격이 먹힌다면 올림픽 결승에서 남북한 선수가 청코너와 홍코너를 차지하는 역사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

아테네=특별취재팀

***아테네 올림픽 특별취재팀
◆스포츠부=허진석 차장, 성백유.정영재.김종문 기자
◆사진부=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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