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아동 성폭행 무조건 종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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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반(反)인륜적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과연 어린이를 성폭행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힌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선 가혹할 정도의 처벌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뉴저지주의 ‘메건법’이다. 메건법은 1994년 일곱 살 소녀 메건이 이웃에 이사온 전과 2범의 성범죄자에게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현재 50개 주로 확대돼 시행되고 있는 이 법은 성범죄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그의 이름과 얼굴 사진, 주소 등 모든 신상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2005년 4월 어린이 성폭행 전과자에게 살해된 아홉 살 소녀의 이름을 딴 ‘제시카 런스포드 법’에 따라 어린이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 하한을 징역 25년으로 높이고, 출소 후에도 평생 전자팔찌를 채워 집중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아동 성범죄자 집 앞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팻말을 세우고 자동차에도 유사한 문구가 들어간 스티커를 붙인다. 또 아동 대상 성범죄로 두 번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을 살게 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권을 중시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무관용(No Tolerance)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일반 강간죄는 15년, 피해자가 15세 미만인 경우엔 20년의 징역형을 양형(형량 결정) 기준으로 못 박아 놓았다. 스위스는 2004년 아동 성폭행범에게 예외 없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수감된 성범죄자는 2명의 정신과 의사로부터 ‘재범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을 때에 한해 치료를 전제로 석방될 수 있다.

‘화학적 거세’를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캐나다는 성범죄자 중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성폭행 남성에게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입한다. 또 지난달 25일 폴란드 하원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을 화학적 거세를 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지난해 아동 성추행범에 대해 “그런 것들에게는 ‘인간’이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경찰대 표창원(범죄심리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매번 성폭력 사건이 이슈로 떠오를 때만 대책이 논의되다 말곤 한다”며 “국제 수준에 맞는 형량과 가해자 치료감호·격리 등 근본적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표 교수는 “미국·캐나다 등에서 실시 중인 ‘피해자 충격도 진술’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법원 조사관이 피해자의 상태가 어떤지,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았는지를 조사해 그 결과를 양형에 반드시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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