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보안법 전면폐지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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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국 인권위원장이 24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24일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요구해 보혁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인 인권위의 이 같은 권고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권고를 받은 기관은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강제적 규정이 없어 국회와 법무부 등이 당장 보안법 폐지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 "인간의 존엄성 침해 소지"=김창국 위원장은 "보안법은 그동안 자의적으로 적용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왔다"고 밝혔다. "국가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보호와는 상관없는 부분까지 확대 적용돼 양심과 표현의 자유까지 위축시킨 악법"이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냉전과 반북(反北)을 전제로 하는 보안법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는 등 냉전 체제 때와는 정치적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또 "1948년 제정 당시부터 인권 침해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개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보안법을 대신해 다른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법질서와 국가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부 법조문의 개정보다 전면 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정식으로 권고했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이념 논쟁 차원에서 보안법 폐지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찬반 논란 계속될 듯"=인권운동사랑방 등 3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인권위의 권고를 적극 환영한다"면서 "국회는 권고사항을 즉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정치권은 보안법 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인권위 권고를 반겼다.

반면 자유시민연대 등 보수단체들은 "보안법은 국가 안위의 최후 보루"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핵반김국민연대도 "북한 핵 문제 등 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금 단계에서 공식 입장을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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