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역주의] 좁혀진 영호남 거리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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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호남인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영.호남간 거리감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8년 한국사회학회의 '꺼리는 지역민' 에 대한 지역별 조사 결과를 이번 조사와 비교해보면 이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조사방법의 차이에 따라 수치가 높게 나온 점을 무시하고 보면 '호남에 대한 거부감' 면에서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즉 호남에 대한 거부감이 11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호남간 상호평가는 상당히 달라졌다. 특히 호남인들의 영남인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완화됐음을 알 수 있다.

88년 조사에서 호남인의 영남인에 대한 거부감은 전국 평균의 5.5배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4배로 줄었다. 영남인의 호남인에 대한 거부감도 88년에는 평균보다 높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 이하로 낮아졌다.

반면 88년 호남인에 대한 거부감이 영남에서 가장 높았던 것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충청이 가장 높았다. 공동정권을 창출한 호남과 충청지역간 거리감이 영남정권 당시보다 멀어진 셈이다.

결론적으로 호남에 대한 타지역의 차별은 다소 완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큰 변화 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영.호남간 대립감정은 조금씩 완화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11년 전과 비교해볼 때 호남인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도 상대적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볼 때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호남이 가장 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지만 과거에 비해 호남과 다른 지역간 차별경험의 격차는 많이 줄었다.

특히 지난 88년 '집단으로부터의 따돌림' 이라는 항목을 보면 타지역과 호남간 차이가 현격했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 차이가 많이 줄었다.

'인간적 모욕감' 에 대한 응답에서도 호남의 차별경험은 상당히 줄었다. 가장 적은 차별을 경험한 영남권과 비교해보면 호남인의 '모욕감' 경험은 88년 영남의 4.35배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3.1배로 줄었다.

반면 충청지역의 경우 '취업상 불이익' '집단 따돌림' 경험 면에서 모두 불이익경험이 늘어났다고 응답해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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