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손'애보트 올시즌 성적부진…10년만에 은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제 기적은 끝났다." '신체장애인의 기적' 조막손 투수 짐 애보트 (31)가 은퇴했다.

올시즌 2승8패 방어율 6.91이라는 부진한 기록을 남기고 24일 (이하 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방출된 애보트는 28일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 며 은퇴를 선언했다.

애보트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손이 없이 태어나 메이저리그 10년 동안 87승, 1백8패, 방어율 4.25를 기록한 신체장애인들의 영웅. 최근 스포츠계에서 신체장애인들이 장애를 딛고 만들어 내는 수많은 '인간승리' 의 장면들은 애보트의 눈부신 활약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보트는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미국대표팀을 우승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왼손으로 공을 던진 후 오른쪽 팔목에 걸쳐 놓았던 글러브를 재빨리 왼손에 고쳐 끼고 정상인 못지 않은 수비동작을 보였던 그의 모습은 국내 스포츠팬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던져 주었던 화제의 장면.

애보트는 89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 입단,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 직행, 12승 (12패) 을 따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애보트는 91년에는 18승 (11패) 을 올렸으며 93년 뉴욕양키즈로 이적해서는 정상인 투수도 하기 힘든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애보트는 95년부터는 하향기에 접어들다가 9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5승무패의 성적을 올리며 재기, 올시즌 브루어스로 이적했다.

애보트는 비록 올시즌 초반 5연패에 빠지는 등 다시 부진했으나 투수가 타석에 등장하는 내셔널리그에서 한손만으로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만들어 다시 한번 인간승리의 불꽃을 화려하게 피워올렸다.

애보트는 "한쪽 손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던 지난 10년동안이 항상 화려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 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