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록'이 몰려온다…건국 이래 처음 한국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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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일본 록 가수들이 한국 무대에 올라 일본 록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과 8월 1일 낮12시 인천 송도공원에서 열리는 '99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02 - 2237 - 9562)에는 일본 록밴드 '매드 캡슐마켓' (31일) 과 '오블리비온 더스트' (1일)가 등장해 영어로 노래를 부른다.

또 8월1.2일 오후8시30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아시안 록 페스티벌' (02 - 518 - 7343)에 '소울 플라워 유니온' (1일) '발렌타인 D.C' (1.2일) 등 록밴드 2팀이 출연, 일본어 노래를 포함해 각각 6~7곡을 부를 계획이다.

이중에서 특히 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밴드는 매드 캡슐마켓과 소울 플라워 유니온. 매드 캡슐마켓은 록에 힙합을 섞은 '하드코어' 장르로는 일본내 음반 판매고 1위를 기록하는 밴드로 개성 넘치는 베이스 기타 연주가 일품이다.

또 소울 플라워 유니온은 전기기타에다 한.중.일의 전통 타악기를 접목해 '아시아 합성 록' 을 들려주는 개성파 밴드다.

80년대 중반이후 일본의 록 음악의 수준과 열기는 그 본산인 미국과 유럽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세계 팝계는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록 대신 힙합이, 영국은 테크노 같은 댄스음악이 주도권을 잡고있는 반면 일본만은 음반시장의 80%를 록 장르가 석권하고 있다.

일본도 80년대초까지는 '핑크 레이디' '소년대' 등 얼굴과 춤을 앞세운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 80년대 중반 대중의 음악수준 향상에 힘입어 작곡실력과 연주력을 갖춘 록밴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보위' 'X재팬' 등은 염색한 긴머리에 중성적인 화장을 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름으로써 '비주얼록' 이라는 특수한 일본식 장르까지 만들었다.

일본음악 컬럼니스트 이종현씨는 "귀에 쏙 들어오는 단순한 멜로디와 아기자기한 편곡, 그리고 화려한 분장.무대매너를 앞세운 비주얼록은 일본인들을 사로잡기에 손색이 없었다.

여기에 영.미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동경심리까지 작용해 록이 최고 인기 대중음악으로 자리를 잡은 것" 이라고 분석한다.

'글레이' '루나 시' '라르캉 시엘' 등 90년대 스타밴드들은 '냈다하면 3백만~4백만장 판매' 를 기록하고있을 정도다.

복고풍 록을 구사하는 라르캉 시엘은 국내 기획사들이 한국단독공연 제1호로 추진할 만큼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일본 록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댄스에 식상하고 팝을 듣자니 거북스런 젊은이들 일각에서 80년대말부터 형성되었다.

특히 발라드 장르에선 그들의 독특한 창법과 현악기를 등장시킨 편곡방식 등이 한국 가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평가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일본 록 컬럼니스트 이현재씨는 "상업성을 우선하는 스타밴드들의 록은 덩치만 컸지 깊이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록의 정신이 아니라 록의 외모에 더 치중한다.

특히 중성적 스타일은 우리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수천개에 달하는 언더밴드들이 일본 록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며 "이번 내한 공연 밴드들은 모두 언더 출신이라 한국 청중들이 일본 록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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