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자 전환카드' 확대 시사…4대그룹 파장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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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대우문제를 해결한 '비장의 카드' 로 제시한 계열사에 대한 대출금 출자전환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출자전환의 대상을 대우 계열사로 지목했지만 나머지 5대 재벌에 대해서도 대상 계열사를 가려 연내에 출자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출자전환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부채비율을 떨어뜨려 매각이나 외자유치.증자 등의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하지만 기업주 입장에서는 채권단의 지분 확보로 경영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재계에서는 꺼림칙하게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 언제 이뤄지나 = 대우 계열사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지분이 담보로 채권단에 맡겨져 있고 처분을 위임한 상태기 때문에 채권단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능하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일단 대우가 자체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대우와 자동차를 제외한 계열사에 대한 계열분리와 매각.합작 등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은 그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열사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경영권을 접수해 오는 10월께 외국 전문 컨설팅 회사가 참여하는 기업구조조정기구 (CRV) 를 설립, 이를 통해 채권단이 독자적으로 외자유치나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위는 9월까지 세계은행과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해 출자전환의 기준.방법을 확정할 방침이어서 이후 이 기준과 방법에 따라 대우는 물론 다른 재벌 계열사에 대해서도 출자전환 대상을 선정하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출자전환의 시점은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어떤 기업이 대상인가 = 대우 계열사의 경우 자동차를 포함한 전체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출자전환에 앞서 계열 분리가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채권단은 대우가 맡긴 계열사 담보처분권을 이용, 다음달부터 계열분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어느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곳으로 전파되는 것을 막고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해 5조~10조원짜리 단위로 사업부문을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에서 건설부문을, 중공업에서 조선부문을 떼어내고 전자.통신.증권 등을 독립기업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경우 사업전망은 밝으나 부채비율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가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은행의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가 시작되면 대상 기업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은 현재나 과거에 원리금을 얼마나 잘 갚았느냐보다 앞으로의 사업전망이나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만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결국 은행들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 중에 사업전망이 없는 기업은 여신을 끊어 퇴출시키고 전망이 밝은 기업은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부담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 예상되는 부작용 = 출자전환은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기업가치가 올라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어야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출자전환 기업이 잘못될 경우 금융기관은 투자비를 모두 날리게 되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모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기업이 부도나면 대출금으로 그냥 갖고 있거나,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갖고 있거나 휴지조각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경우 적극적으로 출자전환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금감위의 입장이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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