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20 유치 주역 사공일 “한국 회의에선 위기 뒤 새 경제관리 모델 창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년 11월 한국의 G20(주요 20개국) 5차 회의에선 위기 이후의 새로운 세계 경제 관리 모델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사공일 G20기획조정위원장(무역협회장·사진)의 전망이었다. 왼쪽 눈의 실핏줄이 터져버린 그는 대통령 경제특보를 지내던 1월 위원장을 맡은 이래 ‘책 몇 권을 쓸 만큼’ 유치를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G20 유치는 지구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지 그룹의 좌장이 된 격”이라고 평가한 사공 위원장은 “장기적으론 G20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이슈도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무역협회장 집무실에서 그는 1시간20분 동안의 인터뷰에 응했다.

만난 사람=최훈 정치부문 데스크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을 꼽자면.

“그동안 축적해온 우리의 국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2차 G20 준비과정 및 정상 선언문 작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과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G20 정상회의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동결선언’(stand still)을 이 대통령이 주창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유치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G8과 G20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안보는 G8이 중심이고, 경제 부문을 G20이 맡게 되나.

“당분간은 그렇게 갈 수도 있다. 그러나 G8으로 글로벌 이슈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브라질·인도·중국 등 주요 국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외교·안보 문제도 G20에서 다뤄질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 같은 경우도 결국엔 돈이 핵심이다. 경제 문제를 빼곤 얘기가 안 된다. 지난 피츠버그 회의에서 한 국제기구의 장이 ‘G8은 죽었다(G8 is buried)’고 언급 하더라.”

- 한국 회의에선 어떤 의제를 구상하고 있나.

“그때쯤 되면 세계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위기 이후 세계 경제 관리’(post crisis global economic management)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세계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 즉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장이 돼야 한다. 특히 ‘세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란 주제에 포커스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각 국가의 규제 개혁, 제도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세계 경제 발전사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출구전략도 그때쯤 본격 논의될 것인가.

“내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릴 4차 G20에서 시기상조를 이유로 피츠버그에선 논의가 안 됐던 출구전략을 집중 논의하게 될 것이다. 또 11월 한국 회의에서 논의될 의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공동의장을 제안했고 대통령이 수락했다. 공동의장국으로 6월과 11월의 의제 조정이 잘 조율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의장국이 되면 출구전략을 실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피츠버그에서 출구전략과 관련해 정상들 간의 뜻이 모아졌다. ‘일부 경제 회복 기미가 보이지만 이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에 따른 공공부문의 수요 회복 때문이지 민간소비, 투자로 연결되는 것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했다. 그래서 각 나라가 사정에 맞게 준비했다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자는 거다. 각국이 같은 시기에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 기능 왜곡 등을 하지 않는다는 출구전략의 일반 원칙은 계속 지켜나갈 것이다.”

-G20 결정의 구속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기존의 국제기구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거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활용해 상호평가(peer review)를 하자는 내용이다. 실제 ‘동결선언’ 이후 17개국이 보호주의 조치를 취했는데 자유무역 체제 자체에 크게 도전하는 내용은 없었다. 리더들이 합의하면 실무 차원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중국의 수출 과다, 미국의 소비 과다’로 요약되는 국제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해소하자는 논의가 자칫 한국 경제엔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크게 봐야 한다. 세계 경제가 잘 안 되면 가장 악영향을 받는 건 우리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대신 이 대통령이 주창한 게 있다. 규모가 작은 나라가 흑자를 내려는 이유는 외환 보유액을 쌓아 외환위기 등에 대한 보험의 성격이 짙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IMF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재원을 확충하거나 쌍무적인 통화스와프, 지역 차원의 경제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등의 보장책을 마련해줘야 된다는 거다.”

-지자체별로 G20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개최지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여러 측면에서 고려를 하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30명 이상의 정상급 인사들 이 모이는 만큼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정부가 보안, 안전, 의전 등 면밀히 따져 결정할 예정이다.”

-한식 세계화 같은 한류 일으키기의 기회로도 보인다.

“고려하고 있다. 틀에 박혀 진행할 필요는 없다. 이 기회에 한국을 알릴 필요가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할 것이다. 민간 부문의 참여도 많이 필요하다. 내년 10∼11월엔 세계적 석학과 싱크탱크가 서울에 몰리는 다양한 이벤트도 구상 중이다. 무엇보다 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만세삼창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권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