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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다 있다, 명절 상차림

중앙일보

입력


12년차 요리강사인 정미선(43·일산서구 주엽동) 주부에게 일산재래시장(일산서구 일산동)은 요긴한 곳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없는 식재료를 종종 이곳에서 구한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일부 품목은 배달이 가능하다. 수십 년 경력의 상인들이 들려주는 식재료 이야기도 요리를 하는 정씨에게 유용한 정보다. ‘구경거리가 많아 장보는 시간이 마냥 길어졌다’는 그의 올 추석 장보기에 따라나섰다.

웰빙 식재료 한가득
“어머, 이런 게 다 있네?”
‘연희건어물’에서 옥춘(쌀가루에 여러 색을 물들여 만든 사탕)을 발견한 정씨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곳엔 약과·송화다식 외에 눈에 익지 않은 조과류가 다양하다. “단골손님 중 어르신이 많아 명절 때마다 꼭 챙겨둔다”는 게 박정윤(41) 사장의 말이다. 가오리·피문어·문어다리 등 갖가지 건어물은 고향이 경상도인 단골들이 주로 찾는다. 빈대떡 부칠 때 고명처럼 올려 멋을 내는 말린 치자도 볼거리다. 가격은 지난해와 큰 차이 없다. 밀가루 가격상승으로 약과를 비롯한 몇몇 조과류가 30% 가량 올랐다. 밤과 대추는 올 추석이 늦어 제대로 영글었다. 토실한 햇밤이 1되 4000원, 붉은빛이 돌고 윤기가 나는 햇대추는 1되 3000원이다.

요리를 가르치는 정씨에게도 명절 나물요리는 난공불락이다. 데치고 물기 짜고 간 맞추기가 보기와 달리 쉽지 않다는 것. “나물요리는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리는 게 중요해요.그만큼 재료를 잘 선택해야죠.” 정씨가 5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하고 있는 이양순(79) 할머니의 채소가게를 즐겨찾는 이유다.

시금치는 길이가 짧고 뿌리가 짙은 빨간색을 띠는 것을 고른다. 도라지는 지나치게 하얀것을 피한다. 표백제 사용을 염려해서다. 만져봐서 뻣뻣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 너무 뻣뻣하면 볶아도 질기다. 고사리는 국산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이 수입산보다 훨씬 비싸 세심하게 고른다. 국산은 줄기가 짧고 윗부분에 잎이 많은 게 특징이다. 줄기는 통통한 게 좋다. 정씨는 나물거리를 넉넉하게 준비했다가 차례 지내고 남으면 새콤달콤한 드레싱(간장+식초+설탕+마늘+참기름+깨소금)을 끼얹어 샐러드로 활용한다. 이미 간이된 나물 아래에 갖가지 채소를 깔아주면 샐러드로 먹기에 알맞다.

“떡도 웰빙이죠.” ‘궁전떡집’ 임현수(57) 사장이 내민 송편은 알록달록하다. 반죽에 복분자·호박·흑미·콩을 넣어 건강에 눈요기까지 챙겼다. 겉이 매끄러우면 기계로, 손자국이나있으면 손으로 빚은 송편이다. 이곳에서 직접 짠 들기름과 참기름은 국산 기준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20% 정도 싸다.

지나치면 서운한 곳
김준수(51)·김미연(47) 부부가 8년째 운영하고 있는 옛날국수 가게도 흔치 않은 곳이다.반죽부터 뽑아낸 국수가락을 말리는 일까지 모든 과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다시마·쑥·호박·옥수수·백년초·도토리·감자 가루를 넣고 반죽해 국수 색깔이 다채롭다. 입소문이나 강화·인천·구리에서까지 단골손님이 찾아온다. 6인분 3000원, 10인분 5000원이다. 2~3인분 국수 6개들이 선물세트는 9000원이다.색깔별로 사뒀다가 기름진 명절음식에 싫증이 날 때쯤 삶아내면 보기도 좋고 먹기에도 그만이다.

중앙식당은 시장 돌아다니느라 출출해질 즈음 들른다. 직접 만든 찹쌀순대와 머릿고기가 듬뿍 들어간 순대국이 6000원이다. 차가워진 초가을 날씨에 속 데우는 데 제격이다.

[사진설명]“소문 많이 내주세요.” 정미선 주부()가 일산재래시장 궁전떡집 임현수 사장에게서 송편을 덤으로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 사진=김진원기자 jwbest7@joongang.co.kr >


일산재래시장 = 1900년대 초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79년 현재의 건물로 신축해 현재 8개 동(5200㎡)에 8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섰다.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엔 상설재래시장을 중심으로 5일장이 선다. 주차는 133대 동시주차가 가능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증을 제시하면 1만원당 500원씩 물건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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