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 해외사업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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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우그룹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해외경영' 은 어떻게 될까. '한국의 칭기즈칸' 이란 별명이 뒤따를 만큼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해 온 김우중 (金宇中) 회장의 지휘 아래 팽창 일변 전략을 거듭해 온 해외경영은 외환위기와 그룹 자금난이란 복병을 만나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물론 대우는 "그룹 경영의 큰 축인 세계 경영이 후퇴하거나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식어버린 현지 투자가들의 관심과 급박한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대규모 궤도 수정' 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해외 자금사정도 주요 해결 과제다.

이와 관련, 이헌재 (李憲宰) 금감위원장은 19일 "대우에 주는 협조융자가 부실한 해외 사업장 지원으로 전용되는 것은 철저히 막겠다" 고 강조해 해외 사업기지들의 '홀로서기' 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불가피한 전략 수정 = 대우는 해외 사업기지도 국내 구조조정의 큰 틀에 따라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자동차와 무역 등 양대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기로 한 만큼 해외 사업기지도 비슷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주호 (鄭周浩) 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주도로 각 계열사 재무팀 등에서 선발된 과.차장급 중간 간부 20여명으로 구성된 '외자유치 전담팀' 을 가동, 계열사별로 추진돼 온 해외자산 및 정리 등을 그룹으로 일원화시키는 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대상에는 오리온전기 멕시코 공장.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이동통신사업.중국 산둥 (山東) 시멘트공장 등이 포함돼 있다.

대우의 해외 사업장은 지난해 말 현재 현지법인 3백96개, 지사 1백34개, 연구소 15개, 건설현장 44개소 등 모두 5백89개소로 현지 고용인원만 15만명을 웃돈다.

매출액 역시 7백억달러를 웃도는 상황. 대우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현지 생산기지에 투자한 돈은 약 1백억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고 밝혔다.

◇ 어떤 식으로 개편될까 = 가장 가시적인 정리 대상은 미국계 펀드사와 매각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중인 대우전자의 86개 해외법인을 비롯한 1백20개의 전자통신사업 부문. 이중 상당부분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자계열 현지법인의 경우 최근 성사단계에 있는 대우전자 해외매각과 패키지로 처리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전자계열 현지법인에 대우전자가 서준 보증은 매각대금에서 정산, 정리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력인 자동차 해외기지의 교통정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자동차 관계자는 "컨설팅업체인 KPMG사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해외 자동차기지의 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우는 일부 동구권 상용차 공장과 승용차 공장의 정리 또는 투자축소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17개에 달하는 중공업 관련 해외 사업장도 상당부분 철수나 축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 최대 걸림돌 해외 현지금융 =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렵다.

금융계에서는 대우의 현지금융이 1백억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 3백억달러까지 보는 곳도 있다.

이헌재 위원장은 "해외부채는 현지 해결이 원칙" 이라며 "해외 채권자들이 그동안 회수하지 않던 빚을 대우 회생방안이 나온 지금 회수에 나서 대우 현지법인이 부도가 나도록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국내 모기업이 보증을 선 부채를 해외 채권자가 갚으라고 할 경우 현재로선 설득 외에 방법이 없다" 고 털어놓았다.

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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